[홍승희 칼럼] 금리와 경기, 정책과 시장기대
[홍승희 칼럼] 금리와 경기, 정책과 시장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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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0.25%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도 예상된 것이어서 큰 동요는 없다. 다만 향후 이어질 금리정책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파월 의장의 이에 따른 성명에는 더 큰 관심이 쏠린다.

늘 그렇듯 애매모호한 표현의 행간을 읽기 위한 곳곳에서의 분석이 활발하다. 파월은 이번에 기준금리 동결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당분간 금리인하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점도 밝혔다.

파월은 비주거 서비스 부문 수요와 노동시장이 지금보다 더 약화돼야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미국내 은행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은행 부문의 여건은 광범위하게 개선됐고 미국 은행시스템은 건전하고 강력하다고도 역설했다. 다만 은행부문 부담이 가계와 기업에 더 긴축적인 신용여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경제활동은 상반기 중 완만한 속도로 확대됐고 최근 일자리 증가세는 견고하며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함으로써 적어도 금리인하의 기대는 없앴다.

단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라거나 '일부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이라는 등의 강한 표현은 삭제된 대신 ‘적절한 추가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라는 완화적 표현으로 수정돼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파월이 '오늘 동결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며 시장에 확답을 주지는 안았지만 여타의 완화적 표현으로 미루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더는 금리인상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고 로이터통신은 ‘추가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오는 25일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정책을 결정해야 할 한국은행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희망적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 이승헌 부총재는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해 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한미 간 금리격차의 부담감을 줄이고 싶은 심정을 내보였다. 물론 한은도 파월 의장이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유예의 태도를 보인 것이라거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이기는 했다.

연내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에 대한 연준의 입장과 시장의 기대 사이에 괴리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미국은행 불안에 대한 시장의 경계도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도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변화와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한은의 태도를 봐서 오는 25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낙관적인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테크기업들이 잇단 감원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서도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에 강력한 금리정책을 펼칠 수 있는 데 반해 국내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기에 더더욱 시장의 기대에 민감해 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외환시장도 한미간 금리역전이 발생하던 초기의 우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고 노동시장의 악화된 상황은 언론의 관심 밖에 있어서인지 상당히 조용한 듯 지나가고 있어서 금리정책이 경제상황 전반 보다는 자본시장의 요구에 더 민감하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여건 차이가 정책당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가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근래 들어 미국이 시장보다는 강력한 정부의 정치적 목적지향성에 의해 경제정책이 좌지우지되기 시작한 징조들이 늘고 있다. 은행부도사태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내놓은 전례없이 강력한 처방으로 은행시스템을 지켰다는 자신감도 그런 징조의 하나다.

당장은 시스템 붕괴를 막았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지만 이는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의 근간을 스스로 위협하는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런 안도감 위에서 펼쳐질 미국의 금리정책이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행보들이 어떤 재앙이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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