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알맹이 빠진 전세사기 대책
[데스크 칼럼] 알맹이 빠진 전세사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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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역도 인천, 서울 강서 등 일부에서 동탄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지원책을 마련하며 전세사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내놓은 대책은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가 마련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담겠다고 한 우선매수권의 경우 임차인이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에 물건을 매수해야 한다. 낙찰은 받았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상태인 만큼 추가로 경락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이 커진다. 이번 특별법에는 최우선변제제도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는 만큼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물건을 낙찰 받을 경우 그것부터 처리해야 한다.

적용 대상도 논란이다. 정부는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가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여섯가지 모두 다 충족해야만 특별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 중 '다수 피해', '보증금 상당액 미반환', '전세사기 의도' 등은 정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명백히 전세사기를 당했더라도 개인이 사기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피해자가 소수라면 지원 요건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위)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는 2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을 "보여주기식 특별법안"이라고 지적하며,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거나 더 좋은 안이 있다면 국회 심의 과정이나 또 시행령 시행규칙에 위임해 놓았으니 늘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수습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바뀔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021년 부동산 값 최고점에 계약된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파트에 비해 전세사기가 취약하다고 알려진 빌라, 오피스텔 등은 벌써부터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상존할 수 있는 만큼 꾸준한 모니터링은 물론 임대차 표준계약서 특약 적극 활용 교육,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새로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불하는 보증금을 은행 등 신뢰할 만한 기관에 예치하고, 기관에서는 이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주지 않고 현재의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것) 도입 등 속도감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 모두 머리를 맞대 피해자 지원, 전세사기범 처벌, 전세사기 예방대책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하길 기대한다.

나민수 건설부동산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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