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불황'에 수주 포기·자금난···건설업계 줄도산 위기
'주택 불황'에 수주 포기·자금난···건설업계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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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주거용 건축 수주 전년比 33.6%↓···수주 목표도 낮춰
100위권 기업 잇따라 부도···종합·전문건설사 1047곳 폐업 신고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건설경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늘어나는 미분양에, 원가율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수주 포기 사례가 이어지는 데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자금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도급순위 100위권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으면서 향후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 사업이 더 이상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를 포기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1~2월 건설업체의 국내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7조35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 줄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원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의 다섯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됐으며,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조합도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섰으나 유찰을 피하지 못했다.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고됐던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도 결국 삼성물산과 GS건설의 양강구도가 됐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도 낮췄다. 경영 목표를 공개한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수주 목표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16조9000억원가량의 수주 기록을 달성했던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를 10조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국내 신규 수주 목표를 전년(11조5000억원)보다 크게 낮춘 7조9000억원으로 정했다. 작년 13억7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린 GS건설 역시 올해는 9조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주요 상장 건설사 중 DL이앤씨 유일하게 전체 수주 목표를 올렸지만 국내 주택 신규 수주 목표(6조원)는 전년(6조30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작년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싸늘해진 탓이다. 올해 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과거 20년 평균 6만7000가구를 뛰어넘는 7만5438호까지 쌓인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조만간 10만 가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가율이 높아진 가운데 미분양 급증하며 건설사들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업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단 3곳이다. 중견사의 경우 KCC건설과 신세계건설이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태영·금호건설 등은 1년 새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져 주택 사업을 줄이고 사업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또 미분양 급증 상황에서 분양 일정도 대부분 미룬 데다 자잿값도 많이 올라 분양 수익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고 업계 전반에서 수익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부동산 PF 부실도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하락에 따른 원금 회수 우려로 기존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이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통상 사전 분양 후 분양대금(계약금)으로 브릿지론 상환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본 PF로 전환되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지연되면서 브릿지론 연체율이 치솟고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29조9000억원으로, 증권사가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10.38%에 달했다.  

향후 수주 공백 장기화와 PF 부실에 따른 대출 중단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택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이미 휘청이는 모습이다. 작년 충청권 중견 건설사 우석건설(도급순위 202위)을 시작으로 동원건설산업(388위)이 부도 처리됐고 도급순위 100위권인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창기업(109위) 등도 법정관리(기업회생)에 들어갔다. 최근 범현대가(家) 3세 정대선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도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폐업 신고 수도 급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폐업 신고 종합건설사는 135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7% 늘었다.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사(912곳)를 합치면 1047곳에 달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침체가 반전되지 않는 한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난은 점차 심화할 것으로, 이 상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주택 업체의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 있고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며 "주택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심층 개별 관리와 함께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 추가적인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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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돈성 2023-05-01 13:02:24
팩트는 맞지만, 진단이 틀렸네요^^

기사 말미에,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주택업체의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 있고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 추가적인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택업체의 사업 잘못을 정부가 뭘 지원해야 한다고? 누구맘대로?

내수 불황, 금리변화 등 외부변수에 대한 사업판단은 전적으로 기업들 몫입니다. 그런걸 어물쩍 정부지원 어쩌고... 그런 진단은 틀린겁니다. 업계가 더 견실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경영을 잘못한 한계기업은 그만큼의 손실과 그에따른 부작용은 스스로 감내해야 합니다. 주택업계가 만든 무슨 연구소의 연구위원 코멘트 붙여서 잘못된 진단을 호도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