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점포폐쇄 제동 걸린 은행권, 무인점포 공들인다
[초점] 점포폐쇄 제동 걸린 은행권, 무인점포 공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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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무인점포 4910곳··· 반년 새 141곳 확대
ATM도 증가세···점포 줄이는 대신 대체채널 '쑥'
당국 제동에도 대안 찾기 집중···"실효성 떨어져"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들이 운영하는 무인점포도 6개월 새 140여 곳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점포를 비롯해 점포 폐쇄의 대체 수단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사실상 '점포를 없애지 말라'는 내용의 방안을 내놨음에도 은행들은 대안 마련에 더욱 공을 들일 조짐이다.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이 운영 중인 무인점포는 4910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6월(4769곳)과 비교했을 때 6개월 새 141곳 늘어났다. 

일부를 제외하고 주요 은행들은 무인점포를 늘려나가고 있다. 4대 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무인점포를 지난해 6월 840곳에서 12월 871곳으로 31곳 늘렸으며, 우리은행(237곳)과 하나은행(216곳)은 각각 1곳, 2곳 확대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무인점포가 같은 기간 1750곳에서 1736곳으로 14곳 줄었지만,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다.

무인점포가 많아지면서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 등 고객들의 은행 업무를 비대면으로 돕는 화상단말기 수도 함께 늘었다. 국내은행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486대의 화상단말기를 운영했으나, 지난해 말 652대까지 늘렸다. 1년 전(329곳)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무인점포는 일반 점포와 달리 현금자동인출기(ATM)와 STM, 스마트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말 그대로 직원이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은 화상단말기 등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무인점포와 STM 증가는 최근 비대면·디지털화로 인한 은행권의 '점포 다이어트' 과정에서 이뤄졌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금융권 전반에 확산하자 점포 수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는데, 무인점포·STM 등은 은행들이 내놓은 기존 영업점의 대안 중 하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점포 폐쇄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자 문산·우이동·구일 등 지점에 지난해 초소형 무인점포 '디지털 익스프레스(EXPRESS)'를 연 바 있다.

국민·신한·하나 등 타 은행에서도 무인점포를 비롯한 대안채널 구축에 나선 상태다. 한 지점에 두 은행이 자리하는 공동 점포와 편의점 점포 같은 특화점포가 대표적이다. 내점 고객이 줄면서 영업점 효율성이 떨어진 터라 대체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점포 폐쇄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소규모·공동·무인점포 등 대안이 없으면 폐점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점포를 축소하려는 은행들은 점포 이용고객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폐쇄 시에는 해당 점포 고객에 대해 우대금리, 수수료 면제 혜택 등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간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축소에 당국이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은행들은 점포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이 큰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대안을 마련하는 데 보다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디지털 대전환이 은행권의 생존 전략이 된 마당에 영업점 유지보다는 무인점포, 특화점포 등이 효율성 측면에서도, 업계 흐름과도 맞는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처럼 점포를 축소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점포를 운영하는 데 드는 임대료, 인건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했을 때 공동점포나 무인점포 등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 폐쇄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은행권도 이전부터 대안 연구를 해왔다"며 "이번에 점포 폐쇄 조건이 한층 강화됐다지만 선별적인 영업점 축소가 필요한 만큼,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안을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현재 급격한 점포 폐쇄 속도를 늦추려면 법률이나 최소한 감독규정에서 관련 방안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측은 "당국의 이번 방안은 미국, 영국처럼 법률 및 감독규정에 포함하는 방식이 아닌 은행 간 가장 낮은 수준의 자율규제인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의 틀을 유지했다"면서 "의견수렴 등이 지켜지지 않거나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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