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의료계 카르텔, 계속 두고 볼 것인가
[데스크 칼럼] 의료계 카르텔, 계속 두고 볼 것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새 청년 세대를 일컫는 MZ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공정’이라고 한다. 공정은 특히 기회의 공정을 말한다. 누구나 같은 자리에 갈 수는 없지만,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달 출범 1년을 맞는다. 이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정기조 가운데 첫번째가 ‘공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이번 정부가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자주 앞세우는 것이 ‘이권 카르텔’에 대한 엄청 대처다. 대표적 카르텔로 보고 있는 것이 민주노총 등 기존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를 찾아내기 위해 검경은 물론 각 행정부처가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시각을 조금 바꿔보자. 지금 소아과에는 의사가 없어 갓난 아이들이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2019년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을 1년에 고작 400명 늘리자는 안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 17년간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그동안 정권마다 의사 정원을 늘리려고 했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계 반대를 꺾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5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훨씬 못 미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아파서 치료받을 기회가 특정 이익집단의 반발로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사가 없어 치료하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해야 할 판에 이게 웬 말인가. ‘로스쿨’이 생겨서 우리나라 법률 서비스 질이 떨어졌나. 집단 이기주의에 가득찬, 이권 카르텔에 다름 아니다.

이들의 기득권 ‘밥그릇 챙기기’는 최근 원격의료 법제화를 놓고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국회에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4건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의 핵심 골자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되 초진 환자는 전면 배제하고 재진 환자에만 한정할 것, 대형병원은 금지하고 동네 의원 중심으로만 시행할 것, 도서·벽지 취약지 환자에 한해 허용할 것,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의 설치를 금지할 것 등이다.  

한 마디로 원격의료를 하긴 하되, 전면 시행하면 큰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 동네 의원들은 밥줄이 끊기니 매우 한정된 서비스만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들은 원격의료 전면 시행에 반발하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것들이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엔 몇몇 의원들이 원격의료 플랫폼 사용자의 99%가 단순 감기 등 초진 환자라는 점을 고려, 재진 환자가 아니라 초진 환자에게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의료계는 “초진을 비대면으로 대체하면 위험성이 더 크고, 재진도 환자 판단만으로 원격진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초진 못지않게 위험하다”며 길길이 뛰고 있다. 당장 파업이라도 벌일 태세다.

먼저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현재 원격진료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초진 비대면 의료 서비스도 G7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허용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회에 따르면 원격의료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115조원에서 오는 2028년 7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세계는 지금 원격의료가 대세가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여전히 “대면진료의 대원칙은 결코 훼손돼선 안된다"만 주장한다. 이미 미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의사만큼의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명됐다. 조만간 AI가 환자의 피 한 방울로 무슨 암인지, 어떻게 수술해야 하는지 방법까지 알려주고 로봇이 수술하는 시대가 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소수의 기득권 지키겠다고 고집부릴 때가 아니란 뜻이다. 바다를 향해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산으로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초진 환자 원격진료를 암 등 중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자는 게 아니지 않는가. 시료검사, 혈액 검사, 컴퓨터 정밀검사 등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가 필요치 않은 단순 대증요법 치료는 얼마든지 비대면 원격 검진으로 처방할 수 있다. 지금도 동네 의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려면 의료계 같은 기존 기득권층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이익만 생각한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기득권 이권 카르텔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 편익과 공정한 사회를 위할 때 정치적 지지가 뒤따를 것이다.

산업부장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병철 2023-04-14 14:05:18
정말 훌륭한 기사입니다. 당장 이기사를 윤석열대통령과 정부고위당국자들 읽어보고 추진할건 과감하게 추진하세요. 정치권도 게눈마냥 의료계가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한번도 실행을 못하고 있네요.
아니면 국회담당자들이 의료인출신이거나 약사출신이라 대변해서 반대로 밀어부치는 패악질하던가요~
진정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더러운 이익카르텔을 반드시 끊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