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금리차 '역대급'···두번째 동결 택한 한은의 딜레마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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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종결론' 대두···한은 "최종금리 3.75% 의견 다수"
미 연준 추가 금리인상시 한미금리차 1.75%P로 커져
물가 둔화·경기 침체 vs 한미금리차·고환율·유가 급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인상종결론'에 힘을 보탰다. 통화정책의 핵심인 물가상승률이 4% 초반으로 떨어진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2~3일 5월 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데, 금리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연준이 내달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은 1.75%p로 벌어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현재 상단 기준 1.50%p 금리 역전차는 지난 2000년 5~10월과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OPEC+의 원유 감축으로 물가 상승 압력도 견조하다. 이 때문에 한은은 시장내 '피벗(정책선회)' 기대감을 진화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눈은 금리 인하를 바라보고 있다.

11일 한은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동결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총 10회나 인상하며, 금리를 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하면서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전망은 그동안 정책 1순위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까지 떨어진데다, 수출 부진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얼어붙은 경기와 금융불안 등을 해소하는 게 정책의 우선 순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4.8%) 대비 0.6%포인트 둔화된 수치로,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반면 금통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이 2월 전망치(1.6%)를 하회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여파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미 연준이 내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1.7%에 달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28.3%를 기록했다.

이럴 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은 1.75%p로 벌어진다. 통상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며, 양국간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된다. 이는 원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이 때문에 과거 한은 금통위는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내외로 관리했지만, 연준이 1년 새 기준금리를 4.75%포인트 인상하는 공격적인 긴축행보 탓에 금리차는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전일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4%대를 기록했고, 최근 101.1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102선을 재돌파했다. 올해 2월 1220원선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이날 1320원대로 재진입했다. 특히 지난해 금리 인상의 주요 요인이 환율 폭등이었음을 감안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압력 역시 견조하다는 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지지한다. 앞서 3월 물가는 4.2%로 전월(4.8%) 대비 0.6%포인트 둔화됐지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4%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최근 OPEC+의 감산 결정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등락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8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금통위 역시 "산유국의 추가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영향과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에 따른 하반기 물가 인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시장내 확산된 금리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며 "시장 내 올해 중 금리인하 기대감이 형성됐는데, 금통위원 중 많은 분들이 이런 기대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매파적 발언에도 추가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 분위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산유국의 감산에도 WTI는 80달러에서 추가 상승이 제한됐으며, 정부는 물가 우려로 공공요금 인상을 연기하고 있다"며 "속도는 더디겠지만 물가 둔화는 계속 확인될 것이며, 통화긴축 효과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연말까지 동결기조를 이어가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이 총재가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지만, 물가는 한은의 전망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반면 경기하방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최종금리 수준이 3.5%,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의견을 유지했다. 안 연구원은 "물가 불확실성이 높지만, 최근 높아진 금융 불안과 경기 하강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수요 부진에 따른 물가 하락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서는 낮아진 물가 속 경기 하강과 금융 불안 등으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한은의 결정 역시 이에 주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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