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3년간 중소기업에 200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술혁신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조한 김 행장은 벤처자회사 설립과 2조500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총자산 500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생금융 대열에도 합류해 3년간 1조원 규모의 금리 감면을 추진한다.
김 행장은 1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튼튼한 은행 △반듯한 금융 △활기찬 조직 등 3가지를 주요 전략방향으로 제시했다. 기업은행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과 기술혁신기업을 적극 육성해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게 김 행장의 설명이다.
먼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기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고 성장금융경로를 빈틈 없이 완성한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에 대한 56조원 규모의 지원을 포함, 매년 60조~70조원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민간투자 영역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상 창업 1~3년차 초기 기업의 경우 자금 부족으로 도산위기에 내몰림으로써 우수한 기술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감하게 모험자본을 지원해 초기 기술창업기업의 데스밸리 극복을 돕겠다"고 말했다.
또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마중물 역할과 함께 안정적인 유동성 창구 역할도 충실히 할 것"이라며 "통화긴축에 따른 자금경색으로부터 우량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 및 기관과의 동반성장 협력사업을 적극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
3년간 기술혁신기업 1000개를 발굴, 투·융자 복합금융을 지원하겠단 계획도 전했다. 미래 성장유망 제조산업에 대한 여신 지원을 강화하는 등 자산포트폴리오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예정이다.
은행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힘쓴다. 기업 및 개인금융, 이자 및 비이자이익, 국내 및 글로벌사업, 은행 및 자회사 등의 균형성장 발판을 마련한다. 이 중 글로벌 부문 이익은 오는 2025년까지 기존 125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2배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 법인전환과 폴란드 법인설립도 추진한다. 자회사 부문 이익비중은 2025년까지 15%로 확대한다. 지난해 말 기준 IBK투자증권, IBK캐피탈, IBK저축은행 등 기업은행 자회사 부문 이익 비중은 11.7%다.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 행장은 리스크 측면에서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20~30% 수준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인 은행 입장에서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이자이익 비중을 크게 늘리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행장은 "비이자수익은 경기둔화 등 외부 환경에 따라 급격히 변동될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비이자수익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면 은행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비이자수익 비중은 20~30%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은행이 다른 (비금융) 분야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금융 취급비중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근속기간별 금융우대를 제공하는 '중기근로자 가계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포용력을 높이는 상생금융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행장은 벤처자회사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설립 형태가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자금이 부족해 크지 못하는 신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전문회사가 될 전망이다.
김 행장은 "자원도 없고 땅덩어리도 작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안착하려면 기술과 인력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술에 대한 애착이 많다"며 "관련해 기업은행의 역할을 고민하다가 초기 창업기업에서 데스밸리 넘기기 직전의 기업들, 좋은 기술,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크지 못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벤처자회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