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자 더 심한 낸드 대신 D램 감산 이유는?
삼성전자, 적자 더 심한 낸드 대신 D램 감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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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D램 웨이퍼 투입량 15~20% 감소 예상
낸드 적자, D램의 2배···"호황시 무감산 유리"
삼성전자 12나노 D램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12나노 D램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25년 만에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중에서도 D램, 특히 DDR4 D램 위주로 감산을 하고 있다. D램보다는 적자 폭이 더 큰 낸드플래시는 상대적으로 적극 감산에 나서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45%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낸드플래시에선 33% 수준의 점유율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분할하고 있는 D램 시장에서 D램 감산에 나서도 시장 지위가 크게 바뀌지 않는 데 비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경쟁사가 많기 때문에 쌓이는 재고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감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감산 여부에 대해 "의미 있는 수준의 감산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감산 품목과 감산량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 위주로 웨이퍼 투입량을 약 15~20% 줄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도 삼성전자의 오는 2분기 D램 생산량을 지난해 4분기(월 67만장)보다 약 9% 감소한 월 61만장 수준으로 예상했다.

D램 위주의 감산을 통해 차세대 D램인 DDR5로 D램 세대 전환을 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D램 중 현재 재고가 넘치는 DDR4와 달리 DDR5 공급 물량은 부족한 상태다. 또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5.1%로 절반에 가깝다. 2위인 SK하이닉스가 27.7%, 미국 마이크론이 23.0%였다.

다만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 폭이 더 심각한 것은 낸드플래시다. 이미 4분기부터 낸드플래시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했고, D램도 지난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1분기 D램 사업 부문 영업 적자는 1조~1조8000억원, 낸드플래시는 2조5000억~3조3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근 4달러선도 무너졌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메모리카드·USB향 낸드 범용제품의 3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93달러로 전월 대비 5.12% 하락했다. 반년 만에 3달러 대로 떨어졌다.

D램보다 낸드플래시 감산이 먼저인 상황이지만, 삼성전자의 D램 위주 감산 결정은 주요 경쟁사와의 관계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33.5%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D램은 이미 3사가 나눠먹는 경쟁이 제한적인 시장으로 변했고, 삼성전자의 입지가 이미 확고한 상태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시장엔 5~6개 경쟁사가 존재하고, 아직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진 않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지난 2020년 10월에 인수, 인수 전 낸드 점유율이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성큼 올라섰다. 이 와중에 일본의 키옥시아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218단 낸드플래시 기술 세부 정보를 공개하면서 또다시 단수 경쟁을 부추기며 점유율 확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에도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가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제2공장을 가동해 낸드플래시를 대량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YMTC는 2022년부터 제2공장을 가동하려고 했지만, 미국 제재로 이를 중단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투자펀드로 19억달러(한화 2조5000억원)를 지원받아 일부 중요 장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작년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삼성전자 33.8%, 일본 키옥시아 19.1%, SK하이닉스 17.1%, 웨스턴디지털 16.1%, 마이크론 10.7% 등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과점화되지 않은 낸드플래시 시장이야말로 현재 감산하지 않으면 향후 호황이 왔을 때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고, 점유율도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낸드플래시 시장도 2~3년 내 결국 D램처럼 소수 업체가 분할하는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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