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노동시간 연장이 불러올 후폭풍
[홍승희 칼럼] 노동시간 연장이 불러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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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시간 연장을 위한 논리들은 당장 노동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노동부가 앞장서서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한 갖가지 구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말은 재계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노동시간 연장으로 노동조합을 겁박할 건수를 찾을 대기업들만을 들여다보는 매우 단편적 사고의 결과일 뿐이다. 경제단체들이 대변하는 대기업들이나 일부 특정 업종에서는 덕을 볼지 몰라도 노동시간 연장으로 오히려 타격을 입을 산업들이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는 정부의 분절적 사고가 오히려 경제 전반의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배제돼 있다.

정치적 갈등의 문제는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그동안 공들여온 국가적 노력이 배반당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를 양산하는 불행을 외면하고 생산성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못 본 척 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몇 십 년 전의 정부를 다시 만나는 답답함을 안겨준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한국의 노동시간은 매우 길다. 그럼에도 그 긴 노동시간을 더 늘리지 못해 안달하며 선진국들의 노동시간 관리 체계를 매우 자의적으로 끌어 붙여가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당 노동시간을 현재 수준으로 억제시킨 덕에 관광업이나 여행업이 전반적으로 커졌다. 또한 주민이 감소하고 있는 지방 소도시나 농촌·도서 지역 등에서는 관광객이라도 유치하겠다고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사업이나 관광지 개발 등에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왔다.

다른 산업체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지방에서 그나마 이런 사업들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로를 찾아왔으나 이제 그 작은 활력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내몰릴 수 있다. 지자체 예산낭비 등의 비판이 일부 있었지만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축제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일정 정도 역할을 해왔으나 노동시간이 다시 길어질 경우 여행이 줄어들고 지방은 더욱 빠르게 시들어갈 가능성만 커진다.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던 지방의 숙박업소들은 경영압박이 커질 경우 불건전한 용도로 전용될 위험성이 늘어난다. 외식업도 관광객의 감소가 이어질 경우 당연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 특산물의 판매와 홍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온라인 홍보·판매가 점차 늘고는 있으나 놀러갔다가 현장에서만 마주칠 수 있는 낯선 상품들에 호기심을 갖고 구매하는 새로운 수요자들은 사라져갈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전 국민의 절반이 서울·수도권에 몰려있고 지방에서는 점차 공동화현상을 보이는 지역이 늘어가고 있다.

당연히 지역경제는 무너져가는 곳이 그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일자리가 서울·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의 인구가 줄고 그러면 국민편의시설도 줄어들어 점점 더 살기 어려운 상태로 변해간다.

인구가 줄어드니 당장 폐교하는 학교들이 늘고 그러면 자녀교육 때문에라도 더욱 더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가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구수 감소로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시설들이 더 사라져가며 문명인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가며 인구수 감소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미 형성돼 있다.

그 고리를 끊어낼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정부가 그나마 약하게 숨쉬는 지역경제에 더 큰 타격을 안길 방안을 밀어 붙이려 드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경기 활성화의 혜택을 누렸던 관련 산업을 고루 바라보고 정책을 입안하는 입체적 시각이 아쉽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다각도에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는데 현재 한국 정부는 계속 초기 산업혁명시대로의 회귀를 열망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육체노동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던 산업혁명 초기에는 공장노동자나 농민들이나 모두가 비인간적인 노동에 혹사당했고 그런 사회상황이 공산주의 이론을 이끌어냈었다.

지금 미국과 중국 나아가 일본에게까지 머리채 잡혀 휘둘리는 한국 상황은 지난 역사에서 배운 게 너무 없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자초한 일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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