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예금 금리 3%대로 하락···통화 긴축기 맞아?
주담대·예금 금리 3%대로 하락···통화 긴축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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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연 3.660~5.856%로 전월 대비 0.75%p 급락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0~3.80% 수준으로 기준금리보다 낮아
전문가들 "금리 인하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선 반영됐기 때문" 분석
'KB국민희망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7일 오후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국민희망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7일 오후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시중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 하단이 3%대로 떨어지고,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도 3%대로 낮아지는 등 통화 당국의 지난 1년 반 간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도 거꾸로 시중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지고, 조만간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시장 금리가 정책 금리를 따라가지 않고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0∼5.856% 수준이다. 한 달 전에 비해 금리가 0.75%포인트(p)나 급락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달 은행들은 앞다퉈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0.3%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까지 자발적으로 낮췄다.

시중은행의 3%대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여만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750∼6.120%)도 한 달 새 하단이 0.670%포인트, 상단이 0.330%포인트 낮아졌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아예 기준금리(3.50%)를 밑돌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현재 연 3.40∼3.80%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외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기 직전의 변곡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 최근 시장에 예전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따라가지만,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시점에는 정책금리가 시장금리를 따라가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며 "미국이나 국내 기준금리가 곧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중앙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이런 시장금리 동향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금리, 특히 장기물 금리에는 올해와 내년, 내후년의 금리 기대가 녹아있는데,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는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예상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한은이 긴축 기조를 강조하는데도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는 양면이 있다"며 "대출이 많은 분에게는 이자 부담이 줄어서 좋은 일이지만, 물가나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높아 좀 더 긴축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상보다 시중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전격 대출 등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합한 고정금리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시중 금리보다 더 높아 당초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는 일반형이 연 4.15∼4.45%, 우대형 연 4.05∼4.35% 수준이다. 사회적배려층, 저소득층 청년, 신혼가구 등이 우대금리를 최대한 받으면 연 3.25∼3.55%도 가능하지만, 신청자 상당수는 4%대 금리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3%대 중반까지 떨어진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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