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잇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고금리에 차환은 '글쎄'
금융권, 잇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고금리에 차환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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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우리은행, 내달 콜옵션 행사
CS 사태發 약해진 신종자본증권 투심
(사진=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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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청구권) 행사 방침을 조기에 확정하고 있지만 악화된 채권발행 환경이 차환 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새 금리가 많이 오른 탓에 차환 발행을 하려면 웃돈을 얹어줘야 하고, 반대로 발행을 하지 않으면 자본력에 부담이 가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지만 차환 발행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해당 채권은 지난 2013년 4월 발행됐으며 발행 당시 금리는 연 4.4%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을 말한다. 기업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5년 혹은 10년 콜옵션(조기상환) 조건을 부여한다. 채권 자체의 만기는 30년 이상이지만 발행 후 5년 혹은 10년이 지난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투자금과 이자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셈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 형태로 발행돼 부채 성격을 지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된다. 금융회사들이 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동안 시장에서 콜옵션 행사는 암묵적인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자금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앞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가 입장을 번복했던 것도 시장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통상 기업은 콜옵션 행사 시점에 맞춰 새롭게 신종자본증권을 다시 발행(차환)하는 방식으로 자본력을 유지해왔다. 자본력에 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일시에 상환하게 되면 건전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약 23조원 규모의 CS 신종자본증권을 전부 상각처리 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안전하게 4~5%대 고금리를 받을 수 있어 흥행몰이를 하던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5년 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때보다 시장금리가 높아진 점도 차환 발행에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 중후반대에 형성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달 7일 발행한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63%, KB국민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행한 41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67%다. 5년 전 발행 금리는 4% 초반대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이 콜옵션 행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차환 발행을 빠르게 확정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차환 발행을 할지 아직 검토 중"이라며 "아무래도 금리도 높고, (CS 여파로) 시장이 좋지 않아서 발행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13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하고, 차환 발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월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본에 여력이 생긴 만큼 다음달 일시 상환해도 무리가 없다는 게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특히, 올해 1월 신한금융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연 5.14%로, 5년 전 발행 금리(연 4.08%)보다 1.06%p(포인트) 높다. 당장 차환 발행을 하는 것보다 금리가 더 떨어지는 시점에 새롭게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 1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본력에 여유가 생겼으니까 지금 바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야 할 니즈가 없는 상황"이라며 "오는 8월에 돌아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에 대비해 자본 확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고 발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계 금융회사들이 높은 수준의 건전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차환 발행 없이 신종자본증권을 일시에 조기상환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올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주요 금융회사는 △신한금융 4000억원(8월) △하나금융 2960억원(11월) △신한은행 2000억원(10월) △우리은행 4000억원(7월)·2000억원(11월) 등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S 사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우려가 확대됐고, 콜 시점이 도래해도 차환 발행은 어려운 만큼 이전보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증가했다"면서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도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의 기본자본(Tier1) 비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8개 은행계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본자본 비율은 5대 금융지주가 13.6∼14.9%, 지방 3사가 12.6∼12.8%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여유 있게 충족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에 차환 없이 조기상환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8개사 모두 기본자본 비율이 요구 수준을 웃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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