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대표 후보 결국 사퇴···정권 '낙하산' 인사 오나
윤경림 KT 대표 후보 결국 사퇴···정권 '낙하산' 인사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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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 "주요 이해관계자들 기대 수준 넘는 새로운 CEO 선출 바람직"
KT새노조 "정치권 카르텔 변질 막아야···경영 공백 6월까지 지속될 것"
윤경림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KT)
윤경림 KT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KT)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후보 내정 20일만에 후보직을 공식 사퇴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KT는 3개월 가량 CEO 없는 '경영 공백'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로는 직전 후보 가운데 탈락한 정치권과 관료 출신들이 다시 거론된다.

KT는 27일 윤 후보가 이사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KT 측은 "윤 후보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 후보가 사퇴를 공식화하며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의안에서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다고 공시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22일 윤 후보는 이사진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사내외 이사들의 강한 만류로 숙고를 거듭하다 결국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 정부 측 반대로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가기 힘들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가 사퇴하며 이전 후보 가운데 낙마한 정치권과 관료 출신 인사가 차기 대표이사로 다시 추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후,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적 인연이 있는 정관계 인사를 중심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렸다.

당시 KT 차기 대표이사에 지원한 후보 중 유력한 인물로는 김성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자문위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KT 여성 임원 출신인 권은희 전 의원,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등이 거론됐다.

김기열 전 부사장은 과거 KT 연수원장, 감사실장, 경영연구소장 상무 등 KT에 오랜 기간 몸 담은 KT 내부 출신 인사로 평가받지만,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본부 산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ICT희망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활동한 바 있다.

김 자문위원은 지난 2021년 윤석열 국민캠프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윤 전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경제 고문으로 활동했다. 두 후보 모두 통신 분야의 직접적인 경험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와 국민연금에서 구현모·윤경림 등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비토를 이어온 것이 KT 내부 인사를 낙마시키고 그 자리에 정치권 인사를 앉히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온 만큼, 만일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나마 연결된 인물이 차기 후보로 선정될 경우 '낙하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KT 이사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됐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을 '이익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안에 반대해왔다.

특히 여권은 윤 후보 실명을 거론하며 배임 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T 차기 대표이사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배정되지 않기 위해 재공모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호계 KT새노조 사무국장은 "KT 이사회가 CEO 견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정치권 낙하산이 와야 할 이유는 전혀 아니다"라며 "기존 '이권 카르텔'이 낙하산에 의한 '정권 카르텔'로 변질돼 사외이사부터 정권 입맛대로 구성되고, 대표이사도 정치권 낙하산 통신 문외한으로 앉혀진다면 KT는 주주·고객·노동자로부터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외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의 정치권 개입은 KT의 발전과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업 감시 시스템을 퇴행시킬 뿐"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KT 이사회에 경영 공백 사태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음과 동시에, 앞으로 정치권 낙하산을 차단하기 위한 주주들의 총의를 모아 이사회로 하여금 낙하산을 저지할 것을 강력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안건은 오는 31일 주총에서 제외된다.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새로운 대표이사도 공석이 되고, 구 대표와 윤 사장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도 모두 공석이 된다.

KT 정관 제29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직무를 수행하게 되고,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이 유고 시 사내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대표 대행 체제를 꾸린다. 이 경우 대표 직무 대리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된다.

이 사무국장은 "낙하산 인사를 거르기 위해 재공모 절차가 다시 논의돼야 하지만, 우선은 이사회 구성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재공모 논의는 한동안 늦어질 것"이라며 "오는 6월까지는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경영 공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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