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주총 '이변 없었다'···국민연금 '종이호랑이'
4대 금융지주 주총 '이변 없었다'···국민연금 '종이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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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사외이사 선임 예정대로···영향력 '미미'
'진옥동號 신한·임종룡號 우리' 공식 출범
4대금융 사외이사 재선임···또다시 거수기?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주요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큰 이변 없이 무난하게 종료됐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새로운 회장을 맞았고, 최대주주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의 무더기 반대에도 대부분의 사외이사가 재선임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ISS 등의 반대 속에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대부분이 주주들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신한금융은 지난 23일, KB·하나·우리금융은 24일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먼저, 이번 주총을 통해 신한금융그룹은 진옥동-정상혁 체제를,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체제를 공식화했다. 지난 23일 신한금융 주총에서 진 회장에 대한 선임 안건은 주총 출석 의결권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앞서 신한금융 지분 7.96%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이 '기업가치 훼손 및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진 회장 선임 안건에 반대의견을 냈지만, '일본통' 진 회장 대세론을 꺾지는 못했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진 회장은 조용병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신한금융을 이끌게 된다. 지난 4년간 신한은행을 이끌면서 '고객중심·정도경영'을 내재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그룹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주총에서 선임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도 손발을 맞춰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관치논란이 이어졌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이날 주총을 통해 공식 선임됐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사모펀드 손실 사태, 내부파벌 등으로 얼룩진 우리금융을 쇄신할 수 있는 적임자란 평가를 받으며 주총 문턱을 무난하게 넘었다.

임 회장 체제 아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은행장을 빠르게 선임하는 일이다. 이날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내부 출신 이석태(58)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58)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59)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58)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의 롱리스트를 공개했다. 최종 은행장 후보는 오는 5월 말 내정할 계획이다.

◇'거수기' 사외이사 모두 재선임···체면 구긴 '국민연금·ISS'

이날 4대 금융 주총에서는 임기만료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도 모두 통과됐다. KB금융에선 김경호·권선주·오규택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에선 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등 8명의 사외이사 연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하나금융은 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 등 6명의 기존 사외이사가, 우리금융은 정찬형 사외이사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4대 금융에서 기존 사외이사의 72%(25명 중 18명)가 재선임에 성공한 만큼 '거수기 이사회'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친(親) CEO 성향인 금융지주사 이사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상황이라 향후 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융지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은 올해에도 주총에서 '종이 호랑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앞서 국민연금, ISS 등 의결권자문사들은 국내 금융사들이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CEO 법률리스크에 휘말리는 동안 이사회가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며 재추천된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자문사는 유독 금융지주 주총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금융그룹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지지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인데,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이슈와 맞물려 견제장치 부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신규 추천된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모두 통과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인을 신임 사외이사로 맞았다. 하나금융에선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 2인이, 우리금융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2인이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KB금융에선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의 여섯 번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가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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