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카플레이션'···연평균 자동차값 인상률 10% 넘어
'멈추지 않는 카플레이션'···연평균 자동차값 인상률 1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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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권진욱 기자] 자고나면 뛰는 물가 걱정에서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의 지난해 승용차(세단) 평균 판매가격이 전년보다 300만원 가량 올라 5000만원을 넘어섰다. 과거엔 신차가 출시되면 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차량 연식만 바뀌어도 차 값이 오르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신차 효과마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차 출시가 임박하면 기존 모델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엔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저렴한 자동차를 찾기가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푸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같은 카플레이션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값 상승 등에 이어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 SUV, 고급차 판매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G90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90 (사진=제네시스)

24일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가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5031만원으로, 전년 4758만원 대비 5.7% 올랐다. 2020년 4182만원과 비교해서는 849만원(20.3%)이나 올랐다. 2년 새 무려 20%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현대차 승용차 부문 가격 인상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전기차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43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G70 슈팅 브레이크, 49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GV70 등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 55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현대차의 레저용차(RV)도 지난해 평균 판매가격이 4604만7000원으로 4500만원을 넘어섰다. 세계적인 SUV의 인기에 힘입어 RV 모델은 2021년 4238만원보다 367만원(8.7%) 올라 승용차보다 가격 인상폭이 더 컸다. 기아의 RV 평균 판매가격도 2021년 4131만원에서 지난해 4356만원으로 225만원(5.4%) 상승했다. 

특히 현대차의 평균 판매가격이 높아진 것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 세단에 비해 가격이 더 높은 SUV 판매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의 도매 기준 글로벌 판매량 중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2021년 5.1%에서 지난해 5.3%로 0.2%포인트, SUV 판매 비중은 47.3%에서 51.5%로 4.2%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이같은 카플레이션 현상은 비단 현대차와 기아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르노자동차코리아, 한국GM, 쌍용차 등도 해마다 차량 가격이 오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카플레이션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최근 수 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원자재값 인상에 전기차, SUV 등의 판매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3130만원이었던 국내 신규 승용차 취득 평균가격은 2019년 3290만원, 2020년 3621만원을 거쳐 2021년에는 4040만원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278만원으로 3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해 100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자동차값 인상률은 10%를 넘는다.

국산차는 지난 2020년 3045만원에서 2022년 상반기 3511만원으로 466만원 인상됐다. 수입차는 2020년 6308만원에서 2022년 상반기 7834만원으로 1526만원이나 올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다 비슷한 상황"이라며 "철강도 그렇고 원자재, 소비재 할 것 없이 가격이 다 오르는 상황에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페이스리프트·풀체인지 등을 하면서 신차 개념으로 차 값이 올라갔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도 매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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