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호실적·손해율 개선에도 표정 관리 나선 손보업계, 왜?
[초점] 호실적·손해율 개선에도 표정 관리 나선 손보업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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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손보사 당기순익 4.1조···호실적 행진
손해율 개선에도 "고통 분담 압박 이어질라"
서울 세종대로. (사진=연합뉴스)
서울 세종대로.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역대 최대 실적,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세에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정비요금 인상 등 탓에 향후 손해율 악화 우려가 있을 뿐더러 실적 개선이 외려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의 빌미가 될 수 있어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 주요 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4조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8361억원(25.5%) 증가한 수치로, 이들은 각자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1414억원으로 전년보다 4.5% 늘었으며, 같은 기간 △DB손보 26.2% △메리츠화재 30.9% △현대해상 27.9% △KB손보 84.8% 등 증가세를 나타냈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영향이다.

회사 범위를 넓혀봐도 업계의 활기를 엿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손보사 31곳의 당기순이익은 5조4746억원으로, 전년과 견줘 1조1489억원(26.6%) 증가했다. 손보사 순이익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보다 2348억원(6%) 감소한 3조7055억원을 거둔 생보사와의 순이익 격차도 더욱 크게 벌렸다. 손보사들이 생보사보다 1.5배에 가까운 순이익을 벌어들인 것인데, 보험영업이익은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늘어난 투자영업이익 역시 이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보험영업이익 개선 흐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경우 올들어 지금까지의 성적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2월 대형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8.3%로, 지난해 같은 기간(78.7%)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회사별로 현대해상이 78.7%로 전년 대비 3.8%p 떨어졌고, DB손보는 78.3%로 2.4%p 하락했다. 메리츠화재(77.3%)와 삼성화재(79.3%)는 각각 2.7%p, 1.7%p 올랐으며, KB손보(78.0%)의 손해율은 1년 전과 수치가 같았다. 업계가 보는 적정손해율이 80%선이라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과거 자동차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손보사 적자의 주범으로 꼽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동차 운행량 감소, 자동차 사고 관련 제도 개선 등으로 손해율이 낮아졌다. 작년 손보사들의 실적 상승이 이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마냥 웃기 힘든 상황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해율 악화 가능성이 거론되며 올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지만, 보험사를 향한 금융 당국의 압박이 심해질 조짐이어서다.

최근 당국은 호실적을 낸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 고통 분담 노력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 인하 주문이 대표적이라면, 손보사의 경우 신용대출 금리 인하와 함께 낮은 손해율을 이유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 압박이 다시금 커질 수 있다.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주문은 공통적이다.

실제로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해 말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자동차보험료 2%대 인하를 약속, 지난 2월 보험료를 내렸다. 인하폭은 삼성화재가 2.1%, 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이 각각 2.0%, 메리츠화재가 2.5% 등이다. 

당시 1%대 초반으로 인하를 추진했던 이들은 인하 수준이 미미하다는 정치권의 불만에 2%대로 인하폭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호실적을 기반으로 성과급·배당 잔치를 벌이는데 비해 인하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점에서 조만간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료를 낮춘 상황에서 부품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은행권을 연이어 때리던 당국이 보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은 것 같아 부담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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