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베이비스텝 밟나···SVB 여진에 물가·금융안정 놓고 고심
美연준, 베이비스텝 밟나···SVB 여진에 물가·금융안정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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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FOMC, 25bp 인상 유력···물가·고용 견조
SVB 사태, 금융위기론 확산···동결론에 '무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견조한 물가 상승압력과 고용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흔들리는 금융시장은 동결에 힘을 싣는다. 물가와 금융 안정을 사이에 둔 연준의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88.6%가 연준이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4.75~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일 대비 14.8%포인트나 상승한 전망치다. 동결전망은 11.4%에 불과하다.

이런 전망의 주요 근거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당초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대비)은 지난해 6월 9.1%에서 지난달 6%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했으며, 근원물가도 0.5% 상승했다. 특히 주거비가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8.1%나 급등하며 CPI 둔화세가 더뎌지고 있다.

고용발 물가상승 압력도 여전하다. 2월 미국 취업자수는 31만1000명으로, 시장예상치(22만5000명)보다 8만6000명 상회했다. 실업률도 소폭(0.2%p)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이 타이트함을 보여준다.

이밖에 금리동결 시 시장의 연내 '피벗'(정책선회)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여전히 물가목표치(2%)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점 등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지지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월 고용 데이터를 살펴 본 결과 취업자수 급증과 임금상승률 둔화의 공존이 확인됐다"며 "여기에 더딘 인플레이션 둔화와 실물지표 내에서 소비가 지탱되고 있다는 점은 추가 금리인상을 정당화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동결 전망 역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경계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SVB 파산 사태의 배경이라는 분석은 동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 내에선 SVB 파산 원인으로 포트폴리오 운용 실패 등 SVB 내부 요인을 꼽고 있지만, 그 배경에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역전 등 급격한 긴축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 금융당국의 예금전액 보호,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등 선제적 조치에도 중소형 은행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은행 전체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SVB 사태를 거치며 미국 금융여건의 악화 정도가 이미 0.5~0.75%포인트 인상에 상응하고 있어, 금리인상의 시급성이 약화됐다는 점도 동결 전망을 지지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아직 2차 충격이나 전염의 차단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준은 단기 금융안정과 중기 물가안정 목표를 절충하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점도표를 상향해 매파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엇갈린 전망에 점도표(Dot-plot)를 변동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점도표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도표로,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등을 시사한다.

현재 점도표상 최종금리 중간값은 5.125%(5~5.25%)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56.5%는 연준이 5월 기준 5~5.25%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7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며, 연말 금리 수준은 4.25~4.5%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전망과 별개로 연준은 점도표를 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FOMC 이후 연설을 통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허 연구원은 "SVB 사태 직전 5.75%까지 상승했던 시장 (최종금리) 전망은 현재 5% 내외까지 크게 낮아졌다. 연내 금리인하 예상도 확대됐다"며 "이번 FOMC에서 금리가 인상돼도, 시장은 상반기 중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연준은 SVB·CS 사태를 미국 금융기관 전체로 일반화하기도 어려운 만큼 말과 행동을 이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0.25%포인트 금리인상이나, 5.5% 수준으로 점도표 인상폭을 최소화할 것 같다. 또한 한시적 대차대조표 축소 중단 등을 통해 시장심리 안정을 일부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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