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당국 압박에 금융지주 '대세 정책' 배당 확대 제동 걸리나
[초점] 당국 압박에 금융지주 '대세 정책' 배당 확대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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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지주, 주주가치 극대화 차원 '의지 확고'
당국 "충당금 더 쌓아라"···절충점 찾기 '주목'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해 고금리 수혜를 누린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분기배당 채비를 마치는 등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마전부터 베당 확대는 금융지주사들에겐 주주가치 극대화 차원에서 대세정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이 뒷받침되는 데다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 당국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부실 방파제 수위를 높이라며 압박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금융지주들이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주주환원 확대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나·우리금융도 '분기배당'···총주주환원율 끌어올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정기 주총을 통해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변경을 결의한다. 분기배당은 말 그대로 분기별로 배당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그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정관상 결산 후가 아닌 사업연도 중에 하는 배당인 중간배당이 허용돼 있었으나, 앞으론 분기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분기배당을 검토 중"이라면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하반기 중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도 "자본적정성 유지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며 올 2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합류로 4대 금융지주는 모두 분기배당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2012년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도입했으며, KB금융 역시 이듬해 같은 정책을 도입했다.

분기배당뿐 아니라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다 줄줄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실적이 주주환원 강화를 뒷받침해주면서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077억원(8.99%) 늘어났다. 4대 금융지주 연간 당기순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각자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고금리 효과를 누리며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이에 배당성향이 줄곧 20%대에 머물러있던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신한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전기 대비 4%포인트(p) 상승한 30%로, KB금융은 33% 수준까지 올렸다.

우리금융의 경우 연중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 30%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나금융은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50%로 설정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건전성 제고가 먼저"···당국 압박, 영향 미치나

다만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자본건전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로 배당확대를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금융지주 입장에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국은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 은행권의 부실 방파제 수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예상손실 전망 모형 점검체계 구축 등이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은 향후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준비금·대손충당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국이 선제적으로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당국은 연내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부과하는 방안, 은행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차등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 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경색 국면에선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커진 만큼, 당국은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일단 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 추가 적립 의무화 등이 금융권 주주 배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주환원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도입 등이 무조건 은행 배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은행들이 대부분 자체 버퍼를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기 제도 도입은 아무래도 주주환원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높다고 판단된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금융지주들이 자본적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율을 기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안한 가운데, 주주환원율을 단기간에 급격히 올리면 자본 적정성 관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은행은 부실화 시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SVB 파산에서 보듯 예상하지 못한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 주주환원율도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당국은 은행지주 주주환원이 적절한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지도록 선진 자본규제 도입·기도입 자본규제 실효성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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