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한은···한·미금리차 '역대급'
'딜레마' 한은···한·미금리차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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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연준, 빅스텝 가능성↑···최종 금리 6% 전망도
고용지표 둔화에도 한미 금리차 확대···최대 2.25%p
지난달 금리 동결한 한은, 4월 금리 인상 재개 유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한은 금통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 금리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를 동결한 한은 금통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현재 시장은 한은이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다음달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참여자의 78.6%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주일 전(31.4%)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도 상향됐다. 전일 시장참여자의 37%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75~6%(9월 기준)까지 인상할 것이라 전망했다. 일주일 전(12%)과 비교해 세배 이상 높아졌다.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도 사라졌다.

◆'매파' 연준에 불거진 빅스텝 가능성···최종금리 6% 전망도

지난주 가장 유력시된 최종금리 전망은 5.25~5.5%(9월 기준)였다. 당시 시장 참여자 40.8%가 이를 지지했으며, 시장내에선 연내 피벗(정책 선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하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연준의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으며, 필요시 금리인상을 더 빠르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의 배경은 견조한 고용지표와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지난 2일 미 노동부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만건으로 전주 대비 2000건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전년 대비 5.4% 상승하며, 전월 상승률(5.3%)을 상회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연준이 통화정책에 중시하는 PCE 지수마저 반등한 것이다.

실제 7일 파월 의장은 "더 넓은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중반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장기 목표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주택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부문은 현재까지 디플레이션 조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며, 완화적 기조를 보인 지난달과 정반대다.

그 결과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5%를 돌파했으며, 달러 인덱스는 106선에 근접했다. 지난 6일 1296.9원(종가기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10일 1324.2원으로 30원 가량 상승한다.

◆하루 만에 급변한 시장···고용 둔화에 '반색'

그러나 이 같은 긴축 장기화 전망은 또 한번 뒤집힌다. 10일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달 빅스텝 가능성은 53.5%로 하루 만에 25.1%포인트나 하락했다.

또한 최종금리가 6%가 될 가능성도 14.4%(9월 기준)로 하루 만에 22.6%포인트나 하락했다. 시장참여자 33.6%는 12월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10일(현지시간) 미국 2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둔 가운데, 고용지표가 갑작스레 반등했기 때문이다.

전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2월 26일~3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1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19만5000건)를 크게 상회하며, 약 10주 만에 최고치다. 또한 2월 고용보고서 역시 기존 예상보다 완화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높은 실업률은 고용발 물가 상승압력을 낮춰, 연준의 긴축을 완화하는 쟤료로 소화된다. 시장에선 고용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직후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4.87%로 전일 대비 3.95%나 급락했으며, 달러인덱스는 전일 105.7선에서 현재 105.16선까지 하락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전일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에서 고용에 대한 불안한 점이 포착됐고 미 국채금리 급락을 주도했다"며 "다만 이날 발표 예정인 비농업 고용지표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달러 약세가 제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깊어진 한은의 고민···美 긴축 불확실성에 추가인상 유력

한편,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기존 3.5%로 동결하며,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이른 동결 결정이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그간 금리인상 파급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달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통상 자본은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만큼, 한미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이 빨라진다.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내외로 관리해왔으며, 벌어진 한미금리차와 환율 등은 지난해 고강도 긴축의 주재료였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4.75%로 양국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다. 그러나 이달 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밟게 되면, 금리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특히 지난달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금리 수준으로 3.75%를 제시한 반면, 연준의 최종금리 상단은 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상 양국 금리차가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고용발 임금상승 압력이 낮아지며 최종금리 6% 가능성은 힘을 잃었다. 그러나 이달 빅스텝 가능성은 건재한 데다, 최종금리 전망도 5.5~5.75%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한미금리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시장 내에선 4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다시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며, 연준 긴축 속도에 따라 최종금리 전망도 높일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전일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 금리 인상 기대 커지고 환율 등 금융, 외환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금리 결정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발표되는 3월 FOMC와 국내 경기, 물가지표 등을 종합 고려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확인이 필요한 경제지표 발표가 남았지만, 미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가 우리나라의 추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높아졌다"며 "4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통해 3.75%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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