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압박에···금융지주, 사외이사 다양성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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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 사외이사 85% 이달 주총 임기 만료
신한, 12명→9명으로 '축소'···일본계 비중 유지
KB, 노조추천이사 '변수'···우리, 2명 신규 추천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제왕적 지배구조'에 칼날을 겨누면서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지주사 이사진 재편에 이목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28명(85%)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금융지주사별로 △신한금융 11명 중 10명 △KB금융 7명 중 6명 △하나금융 8명 중 8명 △우리금융 7명 중 4명 등이 임기만료 대상이다.

이 중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맞는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오는 23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기존 11명의 사외이사 수를 9명으로 줄이는 안을 논의한다. 임기만료 10명 중 2명이 이달 주총일을 끝으로 이사회를 떠나는 가운데 신한금융은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기존 임기만료 8명을 모두 재선임하는 안건만 올렸다.

이번에 신한금융을 떠나는 사외이사는 일본계인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과 글로벌·IB분야 전문가인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First Bridge Strategy) 대표다. 2017년부터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맡아온 박 회장은 임기 제한 6년을 모두 채웠다. 허 대표는 주 활동지가 홍콩이었던 만큼 이사직을 수행하기에 애로사항이 있어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설명이다.

변화된 이사회 구조를 보면 신한금융 지배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일교포 이사가 한명 줄었지만 이사회 규모도 동시에 축소되면서, 이사회에서 일본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기존 33%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사외이사 구성이 9명으로 조정된다면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교수, 진현덕 페도라 대표, 배훈 법무법인 오르비스 변호사 등 3명이 재일교포 측 인사로 분류된다.

아울러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로 기업에 여성 사외이사 비율 확대가 요구되는 가운데, 신한금융의 경우 이사회 규모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사외이사(김조설·윤재원 교수 등 2명) 비율이 18%에서 22%로 올라가는 효과를 볼 전망이다.

신한금융 측은 이번 이사진 구성에 대해 이미 다양성을 보유한 만큼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구성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신한금융 사외이사 구성은 법률전문가 3명, 회계전문가 2명, 경제·금융전문가 1명, IT전문가 1명, ESG전문가 1명, 전문경영인 1명 등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 수가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많았는데, 다양성 측면이나 효율화 차원에서 규모를 줄이게 됐다"며 "현 시점에서 (허용학 대표의 빈자리인) 글로벌IB 분야를 반드시 채워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지난해 초 선임된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를 제외하고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김경호·권선주·오규택 등 6명의 임기가 주총날짜인 오는 24일 종료된다. 이 중 2018년부터 이사직을 맡아 임기 제한 5년을 채운 선우석호 금융연구원 위원,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법무법인 남부제일 변호사 등 3명이 이사회를 떠난다. 김경호·권선주·오규택 이사는 1년 연임하기로 했다.

KB금융은 빈자리를 채울 신임 사외이사로 최근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인을 추천했다. 이 중 여 교수와 조 감사가 새롭게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면 KB금융은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포함, 국내 금융지주사로선 최초로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게 된다.

주총 이후 구성원이 새롭게 재편되면 KB금융의 이사회는 회계전문가 2명과 금융·리스크전문가 1명, 자본시장전문가 1명, 법률전문가 1명, IT전문가 1명, 소비자전문가 1명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이사진 구성에 있어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가 합류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최근 KB금융 노조는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부코핀은행의 부실 확대를 근거로, 현지 금융 전문가 임 전 대표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임 전 대표가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 과반수를 획득하면 이사로 선임, KB금융 이사회 규모도 8명으로 확대된다.

우리금융도 지분 구성에 변화가 생김에 따라 이사진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주총일인 이달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노성태·박상용·장동우·정찬형 이사 중 정 이사를 제외한 3인이 이사회를 떠난다. 3명의 빈자리를 채울 신임 사외이사로는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등 2인이 추천됐다.

이에 따라 기존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규모는 6명으로 축소됐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기존 과점주주인 한화생명이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서 이사회 규모도 줄었다.

우리금융 측은 "금융권 전반의 쇄신 분위기에 발맞춰 이사회 구성에 과감한 변화를 주고자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며 "4년 임기를 마친 정찬형 이사는 경영 연속성을 위해 1년 임기로 재추천했다"고 말했다.

아직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하나금융도 상당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나금융에선 사외이사 8명 허윤·김홍진·양동훈·이정원·백태승·권숙교·박동문·이강원 등 전원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임이 불가능한 이사는 없다. 다만, 함영주 회장과 손발을 맞출 우호적 인사들로 새롭게 이사회를 꾸릴 수 있다는 관측과 당국의 지배구조 개혁 요구에 맞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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