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깨기' 나선 당국···신규 인가·비은행권 진입 논의 (종합)
'은행 과점깨기' 나선 당국···신규 인가·비은행권 진입 논의 (종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회의
보험·증권·카드 등 겸업 허용 검토···'지방銀→시중銀' 전환도
경쟁 촉진·소비자 편익 증가 '효과'···실효성·건전성 우려 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 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신규 은행 추가 인가와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 등 방안을 검토한다. 그동안 금융권과 민간 전문가·연구기관에서 거론된 경쟁 촉진 관련 방안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오는 6월까지 시중은행의 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첫 회의에선 스몰 라이선스(인가 세분화)·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보험·카드사의 지급결제 허용, 은행의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비중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다만 실무작업반 내에서도 테이블 위에 오른 방안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만큼, 대책을 두고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3일 밝혔다. 첫 번째 회의의 주요 논의 내용은 크게 신규 플레이어 진입,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촉진, 예대금리차 공시확대 방안 등으로 나뉜다.

◇은행 추가 인가·특화은행 도입 등 방안 종합 검토

먼저 신규 플레이어 진입과 관련해선 스몰라이선스·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은행업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언급됐다. 모두 대형은행의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가 측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방안들이다.

스몰라이선스·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의 경우 은행이 수행 중인 업무범위를 세분화해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대출 전문은행 등 특화은행을 설립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세부적으론 단일 스몰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특정 업종이나 영업방식으로만 제한을 두거나 은행업무 및 영업형태를 선택해 조합하는 두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스몰라이선스는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추세로, 특화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이들의 진입으로 경쟁 촉진,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가 기대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IT기술과 접목돼 서비스가 제공되면 비용 감소 및 업무효율화 등으로 가격인하, 서비스 양질화는 물론, 기존 대형은행과도 경쟁이 가능하다.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도 논의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은행지주 및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사·지주에 대한 설립·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는데, 필요시에는 은행산업 경쟁도 평가를 시행해 실질적 경쟁구도를 파악한 후 은행업 추가 인가 여부 결정에 활용한다는 방안이 논의됐다.

자본금이나 지배구조 등 인가요건을 충족해 신청할 경우 '저축은행→지방은행' 또는 '지방은행→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은행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한편, 중소기업·개입사업자 중심의 영업 노하우가 있는 저축은행이라면 관련 특화 은행으로서 영업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비은행권 업무장벽 허문다···6월, 제도 개선 방안 마련

은행과 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분야에서는 카드사에 대한 종합지급결제,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 등이 검토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 카드사가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간편결제와 송금으로 한정된 카드사 업무 범위를 예금과 지급결제까지 허용해 은행과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사의 경우 기업들이 단순 송금 외에 급여 등 소액 대량 자금의 이체(CMS), 기업·고객간 전자상거래 대금의 이체(PG)를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증권사가 직접 지급결제망을 이용할 때 현행 은행연계망 이용에 따른 지급결제수수료에 비해 비용이 감소, 증권사 기업 고객의 금융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어서다. 보험사도 증권사와 같이 업권법상 겸영업무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 역시 거론됐다. 법인‧개인고객에 대한 수시입출식 계좌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이밖에 은행에 공적 보증기관 보증부대출 취급한도를 도입하고 비은행금융기관의 보증부대출 취급을 확대·유도하는 방안, 내규 개정 등을 통해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를 취급하는 비은행금융기관을 확대하자는 대안도 검토됐다.

당국은 TF 논의를 통해 6월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8일 열리는 제2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선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과제별로 구체적인 경쟁의 모습과 효과, 실효성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달 중으로 열리는 제3·4차 회의에서는 성과보수와 관련된 은행권 현황을 집중 점검·논의하기로 했다.

◇'건전성·소비자 보호' 문제 제기···"우선순위 정해 검토"

다만 이날 회의에선 논의된 방안들의 문제점과 걸림돌도 함께 제기됐다. 당국이 검토 중인 스몰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은 특화은행에 대한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정 여신에만 집중하는 은행의 경우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운 만큼 건전성·소비자 보호 측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틈새시장에 집중한다면 대형은행 과점적 구조에 대한 경쟁 촉진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저축은행·신협 등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범주의 은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은행업을 추가로 인가하는 방안에 대해선 은행 수를 단순히 늘리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과잉영업을 통한 은행산업 전반의 수익성·건전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적인 규모를 감안했을 때, 이에 상응하는 새 은행을 출범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작은 시중은행의 자본총계는 5조원 수준이다.

기존 비은행 금융사들의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건전성 문제와 소비자보호 우려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고,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의 금융산업 내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결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쟁 촉진과 관련해서 많이 제기됐던 의견들을 가급적 배제하지 않고 논의를 충분히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과거에도 은행 경쟁을 촉진하는 과제는 지속돼 왔다. 각 방안에 대해 우선 순위를 정하되, 장기 과제로 되는 경우나 포기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입을 원하는 신규 플레이어 수요가 없더라도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향후 생길 수 있다"며 "현시점뿐 아니라 미래도 감안해야 하는데,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경쟁력이나 리스크 등을 검토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추후 들여다볼 성과보수체계와 관련해선 "성과급은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게 맞기 때문에 성과를 어떻게 측정·지급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은행권과 함께 살펴볼 계획으로, 이와 관련된 개선 방안은 검토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