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대출 연체율 '적신호'···4대銀 2배·인터넷銀 3배 '껑충'
고금리에 대출 연체율 '적신호'···4대銀 2배·인터넷銀 3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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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0.04%→올해 1월 0.09% ···가계·기업 연체율 모두 올라
인터넷銀 상황 더 나빠···"잠재 부실 대비 위한 선제적 조치 필요"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의 대출자산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1년여에 걸친 한은의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에 경기 둔화까지 겹친 결과다.

4대 시중은행의 신규대출 연체율은 1년새 2배로 높아졌다. 특히 저신용자 고객이 많은 3개 인터넷은행의 경우 비슷한 기간 신규대출 연체율은 3배나 뛰었다.

물론 아직 연체율의 절대수치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연체율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앞으로도 당분간 경기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잠재적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확대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신규 연체율(0.04%)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4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4%에서 3월(0.04%), 6월(0.04%)까지 큰 변동이 없다가 9월 0.05%에 이어 12월 0.07%로 상승한 뒤 올해 1월에는 0.09% 수준까지 높아졌다.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 구분없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대 은행의 가계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과 3월, 6월에는 각각 0.04% 수준을 보이다가 9월 0.05%에 이어 12월과 올해 1월에는 0.07%까지 올라왔다.

기업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5%에서 3월 0.03%로 낮아졌지만 이후 6월(0.04%)과 9월(0.06%), 12월(0.08%)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달에는 0.10%까지 치솟았다.

전반적으로 가계와 기업 모두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연체율 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누적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이후 지난달까지 약 1년5개월 사이 모두 열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3.00%p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과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월 3.03%와 3.52%에서 12월 5.32%와 5.76%로 2.29%p, 2.24%p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85%와 5.28%에서 4.64%와 7.97%로 0.79%p, 2.69%p 각각 올라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점도 연체율 상승 배경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가계소득은 뒷걸음질 치면서 한계 상황을 맞이한 가계, 개인사업자부터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최근 오르기 시작한 연체율은 은행 여신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지난해 9월 0.21%에서 12월 0.22%, 올해 1월 0.24%로 상승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은행 총여신 중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편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3개 인터넷 은행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 은행 3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2915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1062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인터넷 은행 3사의 연체 대출 잔액은 작년 1분기 말 1062억원 수준에서 2분기 말 1392억원, 3분기 말 1860억원, 4분기 말 2916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의 작년 말 연체율은 0.49%로 1분기 말 대비 0.23%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6%로 같은 기간 0.11%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3분기 말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67%로 1분기 말보다 0.1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2%포인트 오른 0.76%였다. 토스뱅크의 작년 3분기 말 연체율은 1분기 말보다 0.26%포인트 오른 0.30%,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9%포인트 오른 0.23%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부터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결산 현장심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이번 결산검사를 통해 손실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결산검사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 자본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본연의 자금공급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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