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침까지···애플페이 출시 앞두고 카드사 합종연횡 '분주'
적과 동침까지···애플페이 출시 앞두고 카드사 합종연횡 '분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이버와 손잡은 삼성페이···상호보완 통해 '윈-윈'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오픈페이' 잇달아 참여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이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모바일 결제 경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한지니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월렛팀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이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모바일 결제 경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한지니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월렛팀장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카드업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일찌감치 애플과 손잡은 현대카드가 점유율을 확대하자, 삼성카드 역시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기존 카드사들 역시 '오픈페이'를 출시하며 합종연횡 전략으로 맞서는 등 카드업권이 삼자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강자들의 만남, 네이버·삼성 페이 동맹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지난 20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페이가 삼성카드 외 금융사업자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약으로 삼성페이 이용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페이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바로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 수만 55만곳이 넘으며, 거래액만 연간 30조원을 웃돈다.

반대로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삼성페이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 300만곳의 카드단말기로도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해진다.

기존에도 오프라인 결제는 가능했으나 QR코드 등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불편함이 따랐다. 이마저도 가능한 가맹점이 전국 12만곳에 불과했지만, 이번 협약으로 일부 해소된 셈이다. 양사는 해당 협업내용을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접점이 없던 양사의 동맹을 두고 업권은 위기감이 고조된 결과라 평가한다. 5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세계 2위의 결제플랫폼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페이는 갤럭시폰 기반의 삼성페이가 가지고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간편결제 시장 내 오프라인 부문의 사용률 1위인 삼성페이와 온라인 부문 1위인 네이버페이의 동맹은 애플페이의 국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페이는 온라인,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만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평가다.

◆애플페이 손잡은 현대카드, 선점효과 '톡톡'

앞서 지난 8일 현대카드는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서비스 국내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출시 계획이 앞당겨진 것이다. 업권에선 이르면 다음달부터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페이와 동맹을 맺은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대카드의 개인 직불·체크카드 수는 16만2000개로 한달새 1만1000개나 증가했다. 최근 서비스 혜택 축소로 카드사 대부분의 체크카드 발급이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 시장점유율은 삼성카드가 17.8%로 2위, 현대카드가 16%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카드 점유율이 애플페이 덕에 조만간 삼성카드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금융위의 해석에 따라 애플페이와의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해야 했던 현대카드는 독점에서 선점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출시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즉시 사용 가능하도록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현대카드는 전국 편의점과 코스트코·이마트·스타벅스·신세계·롯데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 중심으로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NFC 단말기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한입 베어 문 사과 사진 (사진=인스타그램)
지난 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한입 베어 문 사과 사진 (사진=인스타그램)

또한 정태영 사장의 SNS부터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구매하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현대카드는 '애플페이=현대카드'라는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선점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네이버페이와 삼성카드의 손을 잡자, 이를 대항하기 위해 '3자 동맹'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의 합류 가능성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애플 앱스토어 결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이폰 연동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해왔다. 추후 현대카드-아이폰 동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드사 합종연횡 '오픈페이'···갈 길 멀다

이렇듯 간편결제 시장이 갤럭시폰과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 중심으로 재편 움직임을 보이자 여타 카드사들 역시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카드 3사는 지난해 연말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서비스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오픈페이란 특정 카드사의 결제 플랫폼으로 다른 카드사의 모든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유사한 개념이다.

카드사들이 오픈페이를 도입한 배경은 간편결제 시장내 빅테크 영향력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통적 실물결제는 점차 위축된 반면, 기술혁신과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등으로 간편결제 사용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간편결제 이용규모는 221조원으로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증가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키오스크에 애플페이 로고가 표시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키오스크에 애플페이 로고가 표시된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 등 금융사 비중은 지난해 말 27.6%에 불과한 반면, 빅테크 등 전자금융업자 비중은 49.7%로 두배 가까이 높다. 또한 네이버·카카오 등이 기존 카드사들의 영역이었던 오프라인까지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카드와 손잡은 애플페이가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네이버페이는 삼성페이와 손잡고 오프라인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에 위기감이 고조된 카드사들이 '합종연횡' 전략으로 두 동맹에 맞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롯데카드는 오픈페이 합류를 앞두고 있으며, 우리·비씨·NH농협카드 등도 순차적으로 합류 시점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카드는 지난 23일 디지로카앱에 '로카페이' 서비스를 오픈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장에 나섰으며, 기존 오픈페이에 참가 중인 3사 역시 그룹과 연계한 간편결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카드-빅테크 동맹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같은 합종연횡 전략을 놓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페이 참여 카드사가 적은데다, 각사 플랫폼에 내장된 신분증 확인 같은 부가서비스 같은 기능들이 호환되지 않아 반쪽짜리에 그쳤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력 면에서 빅테크 플랫폼에 뒤쳐진다는 비판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는 빅테크 간편결제앱을 능가하기 어렵다. 고객의 결제경험 혁신이 필요하다"며 "애플페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NFC 인프라 확대와 함께 삼성페이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카드사의 위상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들은 강점분야인 오프라인 결제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 다양한 결제수단과 타사 카드까지 포괄하고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방형 종합생활플랫폼으로 경쟁을 차별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