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돈잔치' 사라지나···'클로백·세이온페이' 도입 탄력
금융권 '돈잔치' 사라지나···'클로백·세이온페이' 도입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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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나쁘고 손해 끼치면 성과급 환수···업계 촉각
임원 보수, 주주 투표에 맡긴다···이해관계 복잡
챌린저뱅크로 과점체제 해소···실효성은 물음표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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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앞으로 금융권에선 성과급 잔치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권의 돈잔치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 도입이 본격 논의되면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을 환수·차감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와 주주들이 투표를 통해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 등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 제도들이 도입·실행되면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억대 연봉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보수체계 보완 방안으로 클로백과 세이온페이 제도를 언급했다.

클로백 제도는 금융회사에 손해가 발생, 이로 인해 수익이 악화된 경우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을 환수·차감하는 제도다. 클로백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미국 상장사에 도입됐다. 국내에도 도입돼 있지만 실제 실행된 사례는 거의 없다. 당국은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실행되면 사모펀드 손실 등 금융회사에 막대한 경영상의 손해를 입히고도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겨가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사례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2019년부터 발생한 각종 사모펀드 손실 사태 여파로 금융회사들은 매년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했는데, 관련 CEO들의 성과급은 오히려 올라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까지 금융지주 회장들은 10억원을 웃도는 고액의 보수를 매년 챙겨갔다.

2021년을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를 보면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성과급 15억1000만원을 포함, 총 24억원의 보수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성과급 8억8000만원을 포함한 17억3000만원을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총 11억1200만원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총 8억원을 지급받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만 10억7900만원을 총 보수로 받았다.

경영진 보수를 주주들이 직접 결정하는 세이온페이 제도 도입도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 제도는 금융회사가 경영진 보수체계, 지급총액 등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고, 주주가 투표를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업이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효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애플 CEO인 팀 쿡은 주주 찬성률이 하락하자 올해 연봉을 40% 자진 삭감하기도 했다.

다만, 클로백과 세이온페이 제도는 노사합의로 결정된 보수체계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에서 내부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또 과도하게 성과중심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은 부작용으로 꼽힌다. 모험자본 공급, 서민금융 확대 등 은행에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들이 과도하게 성과급을 챙겨가는 것은 지양해야 맞지만 손해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높은 사회공헌성 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 비중이 높아질텐데, 이는 보수적인 영업행태를 해소하겠다는 당국 방침과도 배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체계뿐 아니라 독과점 형태의 은행업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당국은 특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챌린저뱅크'를 도입하고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스몰라이선스)해 진입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 중 영국에서 시작된 챌린저뱅크는 IT기술을 활용해 소상공인대출, 간편대출 등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말한다. 챌린저뱅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 중심의 과점체제를 우려한 영국 금융당국이 도입한 제도다.

일종의 '메기'를 풀어 금융권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영국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챌린저뱅크가 등장하는 등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영국 성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400만명이 챌린저뱅크 계좌를 보유하는 등 성장 속도도 가팔랐다.

다만, 챌린저뱅크가 국내에서도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챌린저뱅크가 규모와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규제가 강한 국내 금융업 환경 안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중소형 업체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에 탄탄하게 뿌리 내린 금융그룹을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 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은행업 평가를 발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형 시중은행에 유의미한 경쟁자로 되기엔 아직 규모가 작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이 등장한지 6년 됐지만 아직 메기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란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권 밖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핀테크사 중에서도 금융업 규제가 적용되면서 성장 모멘텀을 오히려 잃는 경우가 잦았다"며 "진입 장벽만 낮출 게 아니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기업들이 클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각종 제약을 풀어주지 않는 한 현재의 독점체제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희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챌린저 뱅크의 부상과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에서 "계속해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챌린저뱅크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은행 라이센스 취득 비용, 고객 확보를 위한 다양한 초기 마케팅 비용, 인프라 구축 및 유지 보수를 위한 고정비용 등 설립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 수익성 측면에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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