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은행들이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와 관련해 "3년 후의 금 송아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게 수요자들의 니즈"라며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은행의 과점적 문제 등을 제기할 때마다 사회공헌 규모를 늘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은행권을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 15일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취약차주 긴급 생계비 지원,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 지원,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보증 지원 추가 출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예대마진을 둘러싼 논란과 막대한 성과급 등에 대해 비판이 커지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는 "은행의 노력에 대해 고맙기도 하고,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의 경쟁 기능의 실패와 관련된 문제 제기를 하는 마당에, 문제 제기를 하는 쪽이 아닌 다른 쪽의 사람을 도와준다는 식으로 대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나 당장 은행들의 직접적인 예대마진 축소 등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영업 방식을 두고 '약탈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들이 있었고 그게 지금 정점에 와 있다"며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 주된 배경엔 독과점적 시장 환경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금융권의 잇따른 '성과급 잔치'에 대해서는 "지금의 성과가 개인 또는 조직의 공으로 발생하는 건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단기 성과를 '나눠 먹기'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그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지표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 건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은행 쪽 관련돼서 얘기가 있었지만, 보험이나 증권 등 다른 업권에서도 해당 업권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논의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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