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부동산, 금리 그리고 세금
[홍승희 칼럼] 부동산, 금리 그리고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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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들이 자산형성의 방식으로 안정성을 우선하느냐 성장성을 우선하냐는 지향성의 차이를 갖는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버블을 일으키는 시기에는 평소 안전한 저축성 투자에 초점을 맞추던 사람들조차 수익성에 지나치게 몰입하며 위험한 투자로 몰려드는 경향이 커진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는 소위 ‘대박’을 부추기고 꿈꾸며 안전한 저축을 하려는 이들을 비웃는 분위기가 휩쓸었다. 버블이 커지면 차근차근 종자돈을 모아가던 소시민들조차 불안감에 휩싸이며 빚을 내서라도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큰 소득을 쫓아 모험적 투자에 나서게 만든다.

소위 말하는 영끌족들 역시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한 주택매입 및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과 부동산가격 하락, 주식시장 하락 장세에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더 큰 하락의 소용돌이를 형성하며 자칫 가계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를 낳는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난다."

 

김수영 시인의 유작시 '풀'의 한 부분이다. 이 시는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민초의 행동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지만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소액투자자, 소액자산가들의 모습 또한 이와 흡사하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지만 주변인들을 통해 발견되는 한 특징은 착실하고도 안전하게 저축을 하는 이들은 종잣돈을 모아도 섣불리 모험적 투자에 나서기를 꺼린다. 그런 이들은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하는 것을 재산형성의 1차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저축에 좀 더 많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그리고 서민형 주택의 안정적 공급에 부동산정책이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서민형 주택이라는 것이 사회적 발전에 뒤처지는 부실한 주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금융상품들은 그런 수요에 적합한지를 당국에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은행에 저축하는 것은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불안감을 심어주면 상환능력을 외면한 무리한 대출을 끌어안고서라도 치솟는 주택매입 분위기에 휩쓸리게 만든다.

그렇게 영끌족이 탄생했다. 그들에게 지난번 나온 부동산대책은 일말의 보탬도 주지 못한다.

한국에서 근래의 금리인상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 금리인상의 부담과 동시에 혜택도 함께 주어질 정책적 고민이 없었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러웠다.

서민들이 흔히 이용하는 저축상품들은 금리도 낮지만 소액 저축임에도 수익에 대한 세금은 꽤 무겁다. 비과세혜택이 주어진 상품들은 그 규모가 작다. 대출 부담을 줄이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축을 늘릴 여지를 허용하지 못한다.

착실하게 저축해서 집값의 70~80% 정도는 마련하도록 기다리기에는 물가상승률 대비 세후 저축 수익률이 너무 낮다. 비과세저축 상품으로는 그만한 규모의 저축에 이를 수 없다.

물론 금융소득만으로 생활하는 불로소득계층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서민들의 자산형성을 위한 종잣돈 마련 과정에 현재 금융소득세 체계는 과도하다. 은퇴자들의 노후안정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뭔가 균형이 잘 안 맞는다.

현 정부를 집권시킨 정치적 구호의 하나는 '공정'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이 구호가 꽤 잘 먹혔다. 문제는 무엇이 공정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공정’이 매우 중요한 운동경기 가운데도 격투기 경기는 대체로 체급을 나눈다. 이는 헤비급 선수와 라이트급 선수가 같은 룰을 적용받으며 맞부딪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보편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가계경제의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진 만큼 소액 저축자에 대한 금융소득세 감면은 좀 더 강화돼야 하고 그 소액저축의 범위 또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 속도보다 뒤늦게 따라가는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고려했어야 할 문제다.

금융실명제 이후 금융소득은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는 세수원이 됐다. 부동산 매매에 비하면 보다 명확하다. 서민들의 자산형성을 위한 첫걸음인 금융소득을 단지 손쉬운 세원으로만 여길 일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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