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앞두고 긴축 경계감 '온·오프'···시장 전망 6.2%
美 CPI 앞두고 긴축 경계감 '온·오프'···시장 전망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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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美 CPI 발표 예정···전월比 0.4% 상승 전망
고용호조에 경각심 높아진 외환시장···긴축 장기화 우려↑
추세적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연준 긴축, 막바지"
14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14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꺼져가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신규 고용이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금리가 반등하는 등 위험선호심리가 후퇴하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1월 CPI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CPI가 전년 대비 6.2%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둔화된 상승폭이다.

앞서 미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이래 8%대에서 정체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7.7%로 축소된 데 이어 11월 7.1%, 12월 6.5%까지 둔화됐다.

그 결과 연준의 긴축 동력이 완화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기준금리를 4.5%포인트나 인상하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p 금리인상)'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지난 2월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섰다.

특히 지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물가상승세의 둔화가 시작됐다"고 발언, 공식 석상에서 최초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인플레이 둔화)을 언급했다. 또한 추가 금리인상의 시사에도, 그 수위가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 밝히는 등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종막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고용 서프라이즈'에 부상한 긴축 경계감

그러나 고용지표 발표 이후 상황은 급변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51만7000명으로 시장 예상치(18만5000명)를 세배 가량 상회했다. 통상 높은 고용률은 임금과 소비증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계절 조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CPI 전월 대비 상승률을 기존 -0.1%에서 0.1%로 변경했다. 또한 미시간대가 발표한 2월 중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이 4.2%로 전월(3.9%)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지표들은 물가가 곧 진정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 때문에 연준의 긴축 경계감도 또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참여자의 41.7%, 39.8%가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을 7월 기준 5~5.25%와 5.25~5.5%로 전망했다.

해당 전망대로라면 연준은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세차례에 걸쳐 인상하게 된다. 반면 한달전 46.2%에 달했던 4.75~5% 전망은 9.4%로 축소됐다. 여기에 금리인하 시점 전망 역시 12월(33.4%)로 미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인덱스가 103선 중반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원화를 비롯한 유로·파운드·위안·엔 등 주요국 통화의 약세가 지난주 내내 이어졌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 연준의 터미널 레이트 전망치는 5.25%로 올랐으며, 100선에서 하향세를 이어간 달러 인덱스도 재차 반등했다"며 "여기에 시장 금리도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예상보다 고용지표가 너무 강하게 나오자, 시장에 노이즈가 더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높아진 시장경계감, "추세적 반등 가능성 높지 않아"

다만 높아진 시장경계감과는 별개로 시장금리와 달러가치 등의 추세적 반전가능성은 제한적이란 평가다.

대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실제 시장 참여자의 다수가 올해 상반기 중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빠르면 3분기 말, 늦어도 내년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준의 긴축이 이전만큼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연준의 긴축카드가 거의 다 소진됐음을 뜻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조업 임금 상승률이 5%에서 등락하고 있다는 점은 임금과 물가간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고용 서프라이즈가 팬데믹 이후 수요를 미처 회복하지 못한 서비스업 등에 밀집됐다는 점도 추세적 반등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안 연구원은 "연준은 이미 베이비스텝으로 전환했으며, 예상되는 시장금리의 변동범위도 상승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예상 경로를 고려할 때 시장 금리의 상승은 크지도, 오래가지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 한 것이 소득전망이다. 전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대 소득증가율이 3.3%로 전월 대비 1.3%포인트나 급감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기대 지출증가율도 5.7%로 0.2%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과 동일한 5%로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를 유지했으며, 3년 기대 인플레도 3%에서 2.7%로 하락했다.

해당 지표를 두고 시장은 임금과 물가간 연결고리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 징후로 해석돼, CPI 결과에 따른 긴축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부진했던 위험선호심리도 부활했다. 전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1% 상승한 3만4245.93으로 마감했다. 이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137.29로 전장 대비 1.14% 올랐으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만1891.79로 1.48% 상승 마감했다.

103.7선까지 올라갔던 달러 인덱스도 현재 103.06선까지 추락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전장 대비 10원 가량 하락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 CPI 발표를 앞두고 소비자 소득 전망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위축됐던 인플레 둔화 낙관론을 자극했다"며 "시장은 해당 지표를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 완화 신호로 해석했으며, 기술주를 필두로 한 위험자산 랠리가 재개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추가 인상하기보다, 오랫동안 현재의 금리를 유지한다는 방식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시장도 이미 5.25%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국채 금리도 현 수준에서 추세적으로 상승할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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