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가계대출 줄었지만 또 '역대급 실적'···배경은?
4대 금융지주, 가계대출 줄었지만 또 '역대급 실적'···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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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작년 이자이익 32조···기업대출 중심 대출 '쑥'
대기업대출, 전년比 최대 37%↑···"우량 대출 중심 성장"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가운데, 호실적 견인엔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4대 은행은 금리 인상과 기업대출 중심 대출 성장에 기반해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거둬들였다.

특히 대기업 위주로 대출자산이 늘었는데, 금융권은 올해도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대기업 중심의 기업대출 성장세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077억원(8.99%) 늘어났다. 신한금융이 4조6423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익을 냈으며, △KB금융 4조4133억원 △하나금융 3조6257억원 △우리금융 3조169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다. 기준금리 인상 랠리에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만 기준금리가 2.25%포인트(p) 오르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커졌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을 합산하면 32조7949억원으로, 전년(27조905억원)보다 5조7044억원(21.1%)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20% 이상씩 늘었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이 커지면서 이자 장사가 호황을 누린 모양새다.

대출을 살펴보면 기업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가계대출 감소세를 상쇄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실제 신한은행의 경우 가계 부문은 금리인상, DSR 강화 등으로 전년 말 대비 3.7% 감소한 반면, 기업 부문은 회사채 시장 경색 등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 영향으로 전년 말 대비 11.2% 증가했다.

기업대출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이 전년과 견줘 7.7%가량 성장하는 동안 대기업 대출은 34% 늘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0.9~3.6%가량 가계대출이 역성장한 반면, 기업대출은 △하나은행 14.6% △KB국민은행 9.4% △우리은행 7.6% 순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대출로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 KB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전년 대비 22.8%,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7.6%, 1.4% 증가세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후 가계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업대출 확장에 주력했는데,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 자산이 늘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가계대출 수요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업계는 올해도 비교적 부실 가능성이 적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성 하나금융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전날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도 작년 하반기와 유사하게 대기업 위주로 대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대출성장률 목표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 수준으로 잡고, 하반기 시장 상황이 바뀌면 선제적으로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관 국민은행 부행장은 올해 대출 성장률을 3~4% 수준으로 전망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대기업 대출 수요 등도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담보된 우량 대출 중심의 일관된 성장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기조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해 5대 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업대출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98조1211억원으로 한 달 새 884억원 감소한 반면, 대기업대출 잔액은 109조4832억원으로 전달 말(105조5174억원) 대비 3조9658억원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자영업자들이 이자 부담을 고려해 대출 상환을 빠르게 하고 있다"면서도 "대기업 대출이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대출 성장을 유도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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