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세이프가드의 조용한 종료가 주는 교훈
[기자수첩] 美 세이프가드의 조용한 종료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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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5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옥좨온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종료됐다. 그럼에도 하나의 울타리가 사라졌다는 기쁨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곡차곡 쌓여가는 무역 장벽에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산업계는 매번 긴장해야 하는 처지다.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시발점은 미국의 가전회사 월풀이었다. 월풀이 냉장고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미국은 여러 가전 제품 중 세탁기를 콕 집어 관세를 최대 50% 부과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목줄을 죄었다.  

그러나 과잉보호에도 월풀의 경쟁력은 살아나지 못했다. 2년 연속 LG전자의 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부문 매출은 월풀을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라 빠르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내 현지공장을 세우는 등 극복 조치를 이어갔다. 그런 결과 현재 미국 내 세탁기 판매 점유율 1·2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미국 정부는 세이프가드를 2년 연장할 수 있지만, 이미 월풀의 경쟁력 약화로 세이프가드 실효성이 사라짐에 따라 세이프가드를 조용히 종료했다. 심지어 세계무역기구(WTO) 또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세탁기의 입지가 두텁다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종료 조치에도 콧방뀌도 뀌지 않는다. 세이프가드는 미국 가전업계에 독이 됐다. 

이러한 교훈에도 지난해 이어 올해도 세계는 보호무역주의 열풍에 휩싸여 온갖 보조금과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456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냈다. 미국에 맞서 유럽판 IRA도 추진 중이다. 세부 사항은 나오지 않았지만 핵심 산업광물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입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무역 장벽은 높아가져만 간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탈 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GDP 손실이 약 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는 '그냥'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하길 원한다. 소비자를 위해 다국 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상처뿐인 분쟁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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