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독점→선점' 현대카드···"찻잔 속 태풍" vs "점유율 확대"
'애플페이 독점→선점' 현대카드···"찻잔 속 태풍" vs "점유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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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이르면 다음달 도입···현대카드 독점계약 무산
지난 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한입 베어 문 사과 사진 (사진=인스타그램)
지난 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한입 베어 문 사과 사진 (사진=인스타그램)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결정된 가운데, 독점계약을 통한 현대카드의 점유율 확대 전략이 초장부터 어긋났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독점계약이 우선계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페이는 수익성이 악화된 현대카드에 새로운 돌파구로 지목된 만큼, 그 타격이 더 크다는 평이다. 반면 선점효과 측면에서 현대카드의 점유율 확대전략은 아직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해석 등을 고려한 결과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국내에 서비스가 출시될 전망이다.

애플페이는 아이폰으로 알려진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현재 전세계 70여개국·5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세계 2위의 결제플랫폼이다. 특히 아이폰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30% 안팎을 점유한 만큼, 간편결제로 재편되고 있는 결제시장 내 커다란 변수로 부상했다.

이에 현대카드는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의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페이가 국내 가맹점 보급률이 10% 안팎에 불과한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에 주목, NFC 단말기 설치비용 일부를 부담하겠다는 강수를 단행했다.

금융권에선 단말기 보급 비용은 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단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현대카드의 순이익(3102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현대카드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21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또한 롯데카드에 순이익 4위 자리를 내주는 등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는 과거 현대카드의 상황과 유사하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9년 가맹점 수수료율의 인하로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코스트코와의 독점 계약과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제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 바 있다. 그 결과 2019년 6.7%, 2020년 56.2% 2021년 21%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카드는 작년 12월 기준 업권 3위의 시장 점유율(16%)을 탈환했다. 이번엔 애플페이와의 독점 제휴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한다는 게 현대카드의 구상이다.

문제는 이런 현대카드의 구상이 시작부터 어긋났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유권해석 과정에서 독점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 현대카드의 단말기 설치비용 보조와 독점권을 놓고 리베이트라 해석했으며, 결국 1년간의 국내 배타적 사용권 조항을 제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성사됐지만 타 카드사들도 애플과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남 좋은 일만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선 이번 애플페이 출시를 놓고 현대카드가 선점효과를 누릴 것이란 관측과, 들인 공에 비해 제휴효과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선점효과를 누릴 것이란 전망하는 측은 이르면 다음달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는 점을 지목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새롭게 제휴부터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최소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결제서비스의 특성상 한번 이용을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다. 단지 몇 개월뿐 일지라도 선점 효과를 누리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짧은 준비기간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280만개 가맹점 중 NFC 단말기를 갖춘 곳은 6~7만여곳에 불과하다. 2% 가량의 보급률로는 사용처가 넓지 않은 만큼,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될 것이란 진단이다.

또한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 사용자 수는 약 1132만명이다. 이 중 50%가 애플페이를 사용하면서 월평균 애플페이 결제 규모를 20만원(2021년 삼성페이 인당 결제 금액 34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연간 사용액은 1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전체 민간결제(1006조원) 규모의 1.4%로, 현대카드가 해당 결제를 모두 가져간다고 가정해도 시장점유율은 1.7%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친다. 특히 기존 현대카드 고객 일부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포함하면, 점유율은 더욱 축소된다. 극적 성장세를 일으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애플페이가 대중적으로 이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짧은 선점 기간이 온전한 의미를 갖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아이폰 주 이용자는 10·20대 젊은 층에 포진했다. 당장의 이용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며, 변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특성상 선점효과가 장기간 유지될 지도 미지수다"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국내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지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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