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경기, 전망과 희망 사이
[홍승희 칼럼] 경기, 전망과 희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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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일본 노무라증권이 세계 경제전망기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예측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1월 말 IMF가 수정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며 불길한 기운이 커지고 있다.

아직 다른 기관들은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국내 전망기관들도 대체로 하반기 성장률에 희망을 걸고 낙관적 전망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민간연구소들로부터 비공식적이지만 조심스럽게 비관적 전망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연일 대통령실발 정치기사들이 뒤덮고 있는 사이 한국경제가 지금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그나마 경제관련 기사에서조차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인 듯 호도하고 있으나 각국의 실적들을 보면 실상 한국의 추락이 매우 두드러져 보인다.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사이에도 영국 등 서너 개 나라를 제외하면 세계 각국이 모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보다 GDP규모가 큰 미국이나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조차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는 매우 심각하다. 올해 1월 한 달 간 무역적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1년 치 적자규모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대중국 적자가 그 큰 폭의 적자를 견인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과의 분쟁 당사국인 미국조차 중국 수출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지금 정부는 소위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상반기 경기 저조, 하반기 경기 회복이라는 전망 아래 상반기에 재정지출의 60~70%를 집중 집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인상 추세가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지속될 전망이고 일단 인상된 상태에서 고금리 상황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해외 발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서 재정 운용의 실효성에 염려를 키우고 있다.

거기 더해 중국이 코로나 봉쇄정책을 풀고 리오프닝을 선언하면서 중국내에서 소비가 증가할 경우 겨우 안정세를 기대하던 세계 물가에 어느 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경기 전망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코로나로 소비가 위축됐던 기간 중 중국내 일반 가계의 저축 규모는 미국 같은 나라에 비해 크지 않다는 통계도 있어 소비재나 가계용 내구재의 보복소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한다.

게다가 이미 중국의 기술력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며 한국과 기술격차를 보였던 분야에서도 그 격차가 무서운 속도로 좁혀지고 있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수출 비중이 컸던 반도체 수출이 미국의 견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 들어서며 대중국 강경발언 등이 악영향을 끼치며 중국은 공개적 통제 없이도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어 대중 무역적자 폭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세계 물가에 영향을 미칠 부분은 소비자 부문보다는 산업부문의 원자재, 중간재 수입 등이 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인구대국인만큼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소비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고 기업 활동이 활기를 찾아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이 대폭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에서는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조차도 다수가 수출부진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수출주도형 경제체질에 길들여진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경제수준은 어떻든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선 경험을 갖고 있고 또 세계적 불황 속에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그렇고 소비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고 또 커져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국내 소비는 올 한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임금인상 여력이 있는 호실적기업의 임금억제를 요구하고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업 환경은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임금인상률에 비해 잡히지 않는 물가로 일반 가계의 소비여력은 약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중·저가 브랜드부터 타격을 받는다지만 일반 가계에서 보자면 그보다 먼저 불요불급한 지출부터 줄이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그 중심은 가계를 운영하는 부모세대다. 그러나 최근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보면 경제위기 체감도가 낮은 청소년층의 소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통계상으로는 아직 반영되지 못한 이런 변화가 시선을 정치로만 모은 언론 덕분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고 오히려 다른 나라도 다 어렵다고만 아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체념을 심어줘 소비여력을 떠나 소비욕구를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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