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수면과 성장 
[전문가 기고] 수면과 성장 
  • 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muni1017@hanmail.net
  • 승인 2023.01.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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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잠을 잘 자야 한다' '잘 자야 잘 큰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들어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같은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체 잠을 자면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오래 전부터 저런 말을 했는지, 정말 잠이 중요한 건지, 잘 잔다는 건 정확히 무슨 말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소아기뿐 아니라 성장기에 적절한 수면은 성장과 발달, 정서적 건강과 면역력 유지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잠을 자게 되면 몸의 대부분 기능이 멈추고 단순히 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수면 상태에서도 우리 몸의 신경 세포들은 고도의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게 된다. 

우선 깊은 수면에 들어가면 성장 호르몬 방출이 최대로 올라간다.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 호르몬 농도 역시 수면 중 최대치까지 오른다. 만일 아이들이 효과적으로 잠을 자지 않는다면 성장 호르몬은 어떻게 될까? 충분히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하는 경우 성장 호르몬은 조금씩 하루 종일 분비되고, 최고 농도에 이르지 못한다. 결국 효과적인 성장 자극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수면은 학습과 기억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뇌의 과정은 렘수면(REM·수면 중 눈이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현상) 중 일어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연상 기억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소아기와 성장기엔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뇌에 저장·기억하는 일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억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린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한 상태가 되면 '난 어제 잘 잤어' '어제 충분히 잔 거 같아'고 말할 것이다. 충분한 수면이란 '깨어났을 때 더 이상 졸리지 않고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상쾌한 기분이 들며 깨어 있는 동안 저절로 잠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잠을 잔 경우'를 말한다. 

다행히 성장기 아이들의 부모들은 충분한 수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잠을 짧게 자거나, 너무 자주 깨면 잘 잘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한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 학습량이 늘어나면 잠보다 학업을 더 중요시 여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학동기(6~12살) 적절한 수면은 최소 10~11시간이고, 청소년기(12~18살)엔 최소 9~9.25시간이 필요하다. 단, 충분한 수면 시간은 개인별 차이가 큰데, 유전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한다. 적절한 성장과 정서적 발달을 위해 학동기와 청소년기 수면 시간에 배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생 중 3분의1이 수면이라면, 유·소아기는 2분의1이 수면 시간이다. 앞에서 말한 성장 호르몬 분비, 새로운 정보의 기억 등이 유·소아기 수면 중 일어난다. 신체적·정서적으로 아이를 잘 키운다는 의미의 절반 정도는 잘 재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자는 것일까? 좋은 수면이란 어떤 것일까? 수면은 비렘(non-REM) 수면과 렘수면으로 이뤄진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이뤄지는 복잡한 신경계의 상호 작용이다. 좋은 수면이란 이 사이클이 끊어지지 않고 충분한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것이다. 

좋은 수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 평일 휴일을 똑같이 재우는 것, 배고프지 않도록 마지막 식사는 충분히 할 것, 카페인 음료는 피할 것, 침실은 어둡게 할 것, 방 온도는 적절히(24도 이하) 유지할 것, 침실을 벌 받는 곳으로 사용하지 말 것, 자기 전에 TV·핸드폰 사용을 피할 것을 지켜야 한다. 

수면 패턴은 일정한 게 좋다. 깨는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수면 패턴을 휴일·평일 일정하게 지키는 게 성장기 아이들의 리듬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빛, 식사시간, 운동, 사회활동 등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날 때 영향을 준다. 

가장 강한 자극은 빛이다. 침실을 밝게 하면 적절한 수면 자극에 방해가 된다. 반대로 깨어날 때 강한 빛 자극을 주면 빠르게 수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멜라토닌 농도와 연관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면 중 최대치로 올라간 멜라토닌은 시신경이 강한 빛에 노출되면 빠르게 줄게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밝은 빛이 침실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건 매우 효과적인 각성 방법이다. 

수면은 매일 지켜야 하는 습관이다. 병원에서 성장 클리닉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빨리 클 수 있나요'다. 특정 음식이나 운동, 약이 있다면 나도 알고 싶고 당장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 성장은 태어날 때부터 15~17년간 매일 조금씩 일어난다. 그 기간 중 절반이 수면임을 기억하고 바른 성장을 위해 수면의 중요성을 알고 좋은 수면을 위한 노력을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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