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대응 위한 4대 금융그룹 조직개편,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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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 침체 대비 '디지털·신사업·영업력' 강화
KB금융 'AM부문' 신설···신한, 부문별 기능 재설계
하나금융 '함영주號' 색깔내기 본격화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이 경기침체,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생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개편을 일제히 단행했다.

새 수장의 색깔을 내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주는 등 금융그룹별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론 '디지털·신사업·영업력' 강화를 추구했다. 세 부문 모두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조직으로, 생존을 위해 기존의 사업·수익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 4대 금융, 생존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KB국민은행, 신한금융·신한은행, 하나금융·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연말연초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 신사업, 영업력 등 3가지가 꼽힌다.

지난해 12월 27일 조직개편을 단행한 KB금융은 영업력과 디지털 부문에 힘을 줬다. 먼저, 양종희·허인·이동철 등 3명의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 등 총괄부문장이 담당하는 4개 비즈니스그룹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AM(Asset Management·자산관리) 부문을 신설했다. AM 부문 신설은 영업력 강화 차원으로, 그룹 투자·자산운용 경쟁력을 높이겠단 복안이다.

AM 부문은 KB금융 계열사의 중장기 자산운용 정책방향을 수립하며 박정림 각자대표가 담당하게 된다. 이번 AM 부문 신설은 KB만의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융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금융상품 '중개·판매'에서 '자산관리·운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자산운용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해온 KB금융은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에 '고객경험디자인센터', 'IT총괄(CITO)' 등 전문가 조직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조직에 변화를 줬다. 고객경험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특히, 기존 IT총괄 산하 데이터본부도 '데이터총괄(CDO)'로 격상하고, 데이터총괄 산하에 '금융AI센터'를 이동·편제시켰다.

KB금융이 기존 조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디지털, 자산관리 등의 세부 영역에 힘을 주는 '핀셋' 전략을 택했다면 신한금융을 새로운 수장을 맞아 기존 조직을 과감히 해체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신한금융의 조직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진옥동 회장 내정자의 '원신한' 전략 밑그림을 점쳐볼 수 있다. 원신한은 지주 중심의 협업 체제로 각 계열사의 영업력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진 내정자는 이미 협업 문화가 정착된 부문에 대해서는 지주의 힘을 최대한 빼 각 계열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 등 새롭게 협업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곳에선 지주의 역할을 강화하는 '따로 또 같이' 철학을 기반으로 원신한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그룹의 재무성과관리를 전담해온 경영관리부문을 해체하고 지주 및 자회사 겸직 형태로 운영돼 온 자산관리(WM)·퇴직연금·GMS 사업그룹장 겸직을 해제했다. 아울러 그룹원신한부문과 그룹신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지주사 부문별 기능을 재설계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함영주 회장 색깔내기에 나선 하나금융은 △디지털 금융 혁신 △글로벌 위상 제고 △본업 경쟁력(영업력) 강화 등 3대 조직전략을 기반으로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울러 이은형 지주 부회장 외 박성호(전 하나은행장), 강성묵(하나증권 사장) 부회장으로 새롭게 기용해 각각 3대 조직전략을 맡도록 했다. 특히, 분야별 총괄임원으로 구성됐던 체제를 '부문'과 '총괄'로 체계화해 전문성을 확대하는 한편, 총괄 담당 부회장의 역할도 강화했다.

먼저, 디지털 부문을 맡는 박 부회장 산하에는 그룹전략부문(CSO)과 그룹디지털부문(CDO)을 배속하는 한편,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CGO)을 신설해 미래 신성장 기회를 발굴하도록 했다. 이 부회장 산하에는 그룹글로벌부문(CGSO), 그룹ESG부문(CESGO)과 신설되는 그룹브랜드부문(CBO)을 배속했다.

아울러 그룹 핵심기반 사업 부문의 전략 방향성을 수립하고 강 부회장 산하에 그룹개인금융부문과 그룹자산관리부문, 그룹CIB부문을 신설하고 그룹지원부문(COO)을 배치한다. 또 지주 시너지전략팀을 함께 배속해 계열사 간 협업체계를 공고히 하고 시너지 창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주사 발맞춰 '생존' 경쟁력 높이기 나선 은행들

금융그룹 외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도 디지털·신사업·영업력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B국민은행은 고객 니즈 변화를 플랫폼 상품·서비스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상품부서를 플랫폼 조직으로 전환했다. 또 영업력 강화를 내세운 그룹 기조에 맞춰 자본시장그룹 내 트레이딩과 세일즈 담당 '트레이딩 총괄' 및 '세일즈 총괄'을 도입하고 기관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DT)을 가속화하기 위해 디지털전략그룹을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그룹'으로 확대 재편했다. 특히, 신설되는 오픈이노베이션그룹을 통해 다양한 업권, 디지털 기업과의 서비스 제휴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객관리 및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인그룹과 자산관리(WM)그룹, 디지털마케팅부와 개인고객부를, GIB그룹과 대기업그룹을 각각 통합했다.

하나은행의 조직개편 키워드는 '영업력 강화'다. 영업조직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존의 영업그룹을 △중앙영업그룹 △영남영업그룹 △호남영업그룹 △충청영업그룹 등 4개의 지역 기반 영업조직으로 확대 전환했다. 또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자 자금시장그룹을 신설하는 한편, 기관사업본부와 금융기관영업유닛을 각각 기관영업그룹, 금융기관영업부로 격상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말 신성장기업 발굴 및 마케팅 전담 조직인 '신성장기업영업본부'를 신설했다. 가계대출 수요 위축, 시장 포화 등에 대비해 에너지 등 혁신분야에서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성장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생존과 관련이 있어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라며 "올해는 비즈니스 본원의 경쟁력(영업력)을 강화하자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경기 침체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내실을 강화하자는 의미가 담겼다고 본다. 그만큼 내부에선 경기 침체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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