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금통위, '베이비스텝'에 무게 두는 세가지 이유
새해 첫 금통위, '베이비스텝'에 무게 두는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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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고물가 8개월째 지속···동결시 기대인플레 자극
벌어진 한미금리차, 환율·단기금융시장 안정세도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오는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3.5%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7회 연속 금리 인상으로, 한은 설립 이래 처음이다.

해당 전망의 근거는 5%대 고물가, 벌어진 한·미 금리차, 그리고 안정세를 되찾은 환율 등 금융시장 진정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연간 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여전히 물가상방압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선제적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금통위는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3.25%까지 2.7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는 과거 외환·금융위기를 상회하는 인상 속도로, 이 과정에서 작년 7월 사상 최초의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통상 금리인상은 가계 이자부담이 폭증하고, 투자가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 등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시장이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주요 근거는 물가, 한·미금리차, 금융시장 진정세 등이다.

가장 먼저 고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다. 월별 기준으로 지난해 지난 5월(5.4%) 이후 12월 5%까지 8개월째 5% 이상의 물가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있으며, 작년 11~12월 물가 하락세를 이끈 농산물 가격이 설 명절을 맞아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물가 상승 요인이 건재한 상황이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5%대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작년 11월 금통위 당시 이 총재는 이른바 한국형 '점도표'를 제시,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3.5%(금통위원 3명)로 전망한 바 있다. 해당 전망치대로라면 0.25%포인트 인상은 예정됐으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본격화되기 전 선제적 인상이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금 경색 우려,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경기 하강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물가 수준임을 감안하면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준금리 동결 같은) 기대인플레를 자극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어진 한·미금리차 역시 베이비스텝을 지지하는 재료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4.25~4.5%로, 양국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한미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이 빨라진다.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내외로 관리해 왔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5.1%(5~5.25%)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해당 전망대로면 미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게 되는데, 현재 국내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하면 해당 상승분을 한꺼번에 따라잡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낮은 수준의 선제적 인상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최종 기준금리가 5.25%, 한은은 3.5%에서 마무리할 경우, 한·미금리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며 "시장 예상보다 크게 역전될 경우 최근 안정된 환율이 재차 불안해질 수 있다. 한은의 최종금리는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 근거는 진정세를 보인 금융시장 여건이다. 지난해 금리인상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던 환율은 현재 1240원대를 기록, 작년 고점(2022년 9월 28일 종가기준, 1439.9원) 대비 200원 가량 하락한 상태다.

지난 11월 금통위 당시 최종금리를 낮추는 근거가 됐던 단기자금시장 역시 최근 진정 국면이다. 작년 12월 초 5.54%까지 상승했던 CP 금리는, 이달 6일 기준 5.01%로 0.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지원책 등에 힘입어 회사채와 공사채, 은행채 스프레드도 빠르게 진정 중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 당시 레고랜드 사태에 극도로 불안했던 단기자금시장과 비교하면, 이번 금통위는 한은이 좀 더 물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다"라며 "기대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경기와 PF 시장의 불안이 진정된다면 금리 인상의 부담은 덜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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