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이익 쪼그라든 은행권, 이체수수료 면제 '만지작'
비이자이익 쪼그라든 은행권, 이체수수료 면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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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에 이어 국민·하나·우리·농협 등도 검토
이체 수수료 '제로(0)'화 움직임 확산 전망
잇단 수수료 면제 정책에 이익 증가세 정체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쪼그라든 비이자이익을 둘러싼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상승과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실적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이익 감소를 메우는 것도 녹록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은 이체 수수료 면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신한은행이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를 결정한 이후 경쟁 은행들도 잇달아 내부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앞서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을 낸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이체 수수료 면제를 시행하겠다"며 "모든 은행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9년 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이체 수수료를 면제했을 때는 큰 반향이 없었던 것과 달리 신한은행의 선언 이후 은행권의 이체 수수료 무료화 움직임은 확산할 조짐이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지난 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무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검토 중인 하나·우리·NH농협은행 역시 이체 수수료 면제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나 수수료 경쟁으로 승부를 보는 은행권 특성상 경쟁사의 수수료 면제 사례를 무시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선 조만간 이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해당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경쟁사를 꼭 따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고객 유치 차원에서 의식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검토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B은행 관계자도 "비대면 타행 이체 수수료는 이미 면제를 받는 고객의 비중이 큰 편"이라며 "수수료 무료화 시행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동참하는 곳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비이자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아도 확실한 이익 기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만큼, 은행권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요 은행은 지난해 말 한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를 시행 중이며, 나머지 은행들도 최대 1년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수수료 감면 추세가 확산할수록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비이자이익의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예상했던 수익을 거두기 힘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은행들이 거둔 비이자이익은 1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1000억원과 비교해 거의 4분의 1로 줄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은행 비이자이익은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수수료 감면 정책 등으로 수수료 이익 증가세가 정체되는 가운데 고금리 및 고환율로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은행 수익의 이자이익 편중도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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