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한 브로드컴, 200억 상생기금 조성안 내놔
삼성전자에 갑질한 브로드컴, 200억 상생기금 조성안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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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세종 청사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정거래위원회 세종 청사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제공하는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9일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이같은 잠정 동의 의결안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간 장기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브로드컴 부품을 매년 7억6000만 달러 이상을 구매하고, 미달하면 차액을 배상한다는 게 장기계약 조건이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말 브로드컴의 자진 시정 신청을 받아들여 동의 의결 절차를 하기로 하고, 지난 130여일 간 시정 방안을 협의해왔다.

잠정 동의 의결안에서 브로드컴은 반도체 분야 상생을 위한 기금 200억원을 조성, 향후 5년간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77억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기업 창업·성장 지원(123억원)에 쓰겠다고 제안했다.

가칭 반도체 인재양성센터를 설립해 매년 150명씩 총 750명의 국내 대학생·대학원생, 재직자에게 2주∼2달 안팎의 반도체 데이터 수집·분석 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교육을 제공하고, 중소 팹리스 기업을 위한 창업 지원 인프라와 검증·테스트 환경 구축을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세부 계획 수립과 집행 업무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맡는다.

브로드컴은 또 삼성전자 측에는 주문이 이뤄진 브로드컴 부품에 대해 3년간 품질 보증과 기술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갤럭시 Z플립3, 갤럭시 S22 등 작년 3월 이전 출시된 스마트기기에 브로드컴의 관련 부품이 들어있다.

이와 함께 브로드컴은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 선적·구매주문 승인·기술지원·생산을 중단하는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부품 공급계약 체결하지 않고, 부품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자신의 경쟁 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공정위는 10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이해 관계인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최종 동의 의결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과는 서면으로 협의를 진행한다.

향후 공정위가 최종 동의 의결안을 의결하면 브로드컴은 시정명령, 과징금 등 공정위 제재를 피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긴 곤란하지만, 200억원 상생기금은 (공정위가) 최대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을 확실히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2014년·1000억원)와 애플(2021년·1000억원) 등이 동의의결 제도를 통해 상생기금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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