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에 등터지는 시중은행···저원가성예금 1년새 87조 '뚝'
'파킹통장'에 등터지는 시중은행···저원가성예금 1년새 87조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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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저축은행 등 파킹통장 금리 '최고 연 5%'
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전년比 87조2164억↓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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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수신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핵심예금'으로 불리는 저원가성 예금은 역대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국책은행도 고금리 통장을 선보이는 탓에 시중은행의 입출금통장 등이 금리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불붙인 고금리 통장 경쟁은 최근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 10월 하루만 맡겨도 연 2.0%의 이자를 쳐주는 파킹통장을 출시하며 파란을 일으켰는데, 이후 금융사들이 수시입출금 상품 금리를 하루가 멀다하고 잇달아 올리면서 금리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케이뱅크의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에 돈을 맡기면 3억원까지 금액에 상관없이 연 3.0%의 금리가 붙는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추가로 이자받는 시스템도 개선해 '일복리' 이자수익 혜택이 가능하다. 파킹통장 대표주자로 군림하던 토스뱅크도 지난달 '토스뱅크 통장'의 금리를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연 4%로 높였다.

저축은행들도 금리 경쟁력을 높이면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OK읏백만통장Ⅱ'는 500만원까지 하루만 맡겨도 최고 연 5.0%의 금리를 제공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2일 모바일앱 전용 파킹통장인 '머니쪼개기'의 금리와 한도를 높였다. 해당 상품의 금리는 별다른 조건 없이 연 4.3%로 적용되며, 한도는 3000만원으로 기존 2000만원에서 1000만원 상향됐다.

이외에도 대신저축은행의 '더드리고입출금통장'은 2억원까지 연 3.9% 금리를, 웰컴저축은행과 하나저축은행도 최고 연 3.8%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KDB Hi 비대면 입출금통장'도 최고 연 2.65% 금리로, 시중은행의 입출금 통장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적용 중이다.

금융 당국의 인상 자제 권고에 정기예금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금리 노마드족을 겨냥한 파킹통장의 금리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은행권 정기예금 수준인 연 3~5%대로 뛴 모습이다. 자금 이동이 쉽다는 점에서 금리 변동에 민감한 만큼, 한 곳이 올리면 고객 유치를 원하는 타 경쟁사도 따라 올리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가 1% 안팎인 시중은행의 입출금통장은 금리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24조5866억원으로, 전년 동기(711조8031억원) 대비 87조2164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으로 흘러간 금액도 많지만,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타 금융사로 빠져나간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원가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에 해당하는 요구불예금 감소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공급자인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확대되면 대출금리 인상 유인이 커져 소비자들의 부담 역시 늘어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정기예금이나 인터넷은행, 저축은행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면서 "자산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한동안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저원가성 예금 축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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