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 산은, 작년 퇴사자 100명 '육박'···엑소더스 가속화되나
'부산 이전' 산은, 작년 퇴사자 100명 '육박'···엑소더스 가속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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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이전 방어 '총력전'···"감사청구·소송·쟁의권 행사"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산업은행 노조)
산업은행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산업은행 노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산업은행을 떠난 퇴사자 수가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년퇴직 인원을 제외한 순수 중도 퇴사자 수로, 예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여서 본점 부산 이전에 따른 '엑소더스(대규모 탈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지난해 한 해 동안 퇴사한 직원 수는 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년퇴직과 만 57세 이상 임금피크 대상자를 제외하고 재직기한이 남았음에도 중도 퇴사한 직원 수다.

11월 말까지 회사를 떠난 중도 퇴사자 수가 77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2월 한 달 동안에만 16명이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여기에 정년 퇴직자까지 고려하면 지난 1년 동안 퇴사한 총 직원은 세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예년 퇴사자 수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에서 정년퇴직 등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그만둔 직원 수는 지난 2020년 34명, 2021년 40명이었다. 

지난해 퇴사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본점 부산 이전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6월 강석훈 회장 취임 이후 본점 '이전 준비단(TF)'을 꾸리고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등 본점 부산 이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은행 안팎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동남권 영업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이 단행된 것을 기점으로 본점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국내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중소중견부문의 명칭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변경하고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지역성장지원실'로 통합하는 한편,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영업조직 총괄 부문장의 집무실은 부산에 마련하도록 하고, 동남권 근무 인력도 기존 150명대에서 200명대로 확대했다. 산업은행은 동남권 근무 인력을 포함한 직원 인사발령을 오는 19일 단행할 예정이다.

내부 직원들은 이달 인사발령을 포함해 올해 부산 이전을 위한 추가 발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노조가 단체협약 안건으로 제시한 △근로자를 포함해 소속부서 직원 중 5분의 2 이상을 일괄 다른 지역으로 전직(발령)한 경우 △근로자를 직전 근무지역에서 직선거리로 300km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전직할 경우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사측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직원들을 부산으로 내려보내고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해당 안건을 거절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부산 이전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인력 이탈 규모도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산업은행에서 엘리트 직원들이 대거 나오면서 올해 금융권 채용시장에서도 적잖은 이슈가 됐었다"며 "갑자기 삶의 기반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라고 하면 흔쾌히 따를 직원이 얼마나 되겠나. 지난해가 신호탄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대규모 엑소더스가 피부로 느껴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제시한 안건을 사측이 거절하면서 산업은행의 2022년도 단체협약은 결렬된 상태다.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한 상황으로, 노조는 중노위에서도 합의가 불발된다면 은행 단독파업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노조는 부산 이전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도 청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6일까지 강 회장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명을 받은 후 12일 감사원에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 이달 인사발령에 따라 동남권 지역으로의 전직이 결정된 직원들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소송도 검토한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19일 인사발령이 나오면 이후에 전직명령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사측을 상대로 인사발령 취소 본안소송을 같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면 서울에 있는 인원을 갑자기 부산으로 발령시켰을 때 명백히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여러 가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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