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국민연금, 내년 3월 표대결 펼치나
구현모 KT 대표-국민연금, 내년 3월 표대결 펼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 후보에 국민연금 사실상 반대
정치·사법 리스크···같은 이유로 박종욱 사장 연임 반대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에 먹구름이 꼈다. KT 이사회가 최종 후보로 구 대표를 낙점한 것에 대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내년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우호지분과 국민연금의 표대결 양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KT에 따르면, 이사회는 구현모 KT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전날 결정했다. 

이사회는 구 대표에 대해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원 돌파 전망 △취임 때보다 주가를 90% 가량 상승시켜 기업가치를 높인 점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이에 대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반대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을 10.35%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당초 KT 이사회는 지난 13일 구 대표의 연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보통 이사회의 적격 판정을 받으면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자로 추대되면서 다음해 3월 이사회에서 확정을 받는다. 그러나 구 대표는 이날 이사회에서 복수 후보자 심사를 요청했다. 적격 판단을 받았음에도 단독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당시 국민연금의 공정한 대표이사 선정 요청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소유분산 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 대표의 복수 후보 심사를 요청한 뒤 KT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인사 14명과 사내 후보자 13명을 검토해 심사 대상자를 선정했고, 이후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이들을 비교 심사했다. 즉 27명의 경쟁자와 대결했지만, 결과적으로 구 대표가 최종후보로 결정됐다. 

다만 27명의 후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부분을 국민연금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다"며 "다른 기업들 또한 이사회 내부에서 있던 결정을 외부로 알리는 작업을 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국민연금이 단독 후보 선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에 대해 이날 "국민연금(이 제기한) 내용을 고민해보도록 하겠다"며 "경쟁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충분한 경쟁 과정이었는지 묻자 그는 "우리 이사회는 그렇게 본 것 같다"며 "저는 어차피 후보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가 평가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구 대표는 정치 사법 리스크를 지니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구현모 대표 등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엄무상 횡령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또 KT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정치후원금 제공, 베느탐 정부사업 수주를 위해 대가성 금품 제공 의혹 등이 제기됐다. 법원은 지난달 구 대표에 벌금 1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지만, 구 대표는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KT 이사회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을 경우에만 대표이사직 사임 권고 대상이라서 현재로선 차기 대표이사 연임에 대한 결격사유는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카드깡 관련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박종욱 당시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역대 KT CEO 중 연임에 사실상 성공한 사람은 전임인 황창규 전 회장뿐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