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카드] 상·하반기 분위기 반전···돈맥경화에 자금조달 '비상'
[2022결산-카드] 상·하반기 분위기 반전···돈맥경화에 자금조달 '비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리두기 해제, 소비 부활···카드 이용 급증
카드사 덮친 자금경색···내년 전망도 '깜깜'
베일 벗은 '오픈페이'···생존위해 변화 절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상고하저(上高下低). 올해 카드업권을 단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다. 거리두기 해제에 부활한 소비심리는 상반기 카드사에게 예상 밖 호실적을 안겨줬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고금리, 소비 둔화의 악재는 카드사들에게 침묵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적합한 카드업계의 2022년을 정리해본다.

◇호실적의 상반기···보복소비 효과에 '봄날'

2022년을 시작하는 카드사의 마음은 무거웠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의 후속조치로 올해 1월 31일부터 우대수수료율이 기존 0.8~1.6%에서 0.5~1.5%로 인하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마이데이터, 신용평가(CB)업 등 부수업무를 허용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다만 카드업계는 기존에도 본업인 수수료 부문에서 역마진이 발생한 데다, 새 먹거리로 제시한 신사업 역시 수익성이 불투명한 만큼 힘든 한해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6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8.7%(1299억원) 성장했다. 이는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이른바 '보복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본업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51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53조4000억원) 증가했다. 또 6월말 기준 신용카드 누적발급매수는 전년 말 대비 2.7%(321만장) 증가했을 정도로 뜻밖의 '봄날'을 맞았다.

◇우울한 하반기···소비둔화·조달비용 등 압박 거세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3분기 들어 반전됐다. 8개 카드사의 3분기 누적순이익이 2조295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44%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KB국민·현대·하나카드 3사는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의 상반기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카드업계는 해당 원인으로 소비둔화와 이자비용 증가를 꼽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2.9% 성장했지만, 3분기 들어 성장률이 1.7%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특히 경제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의 기여도도 2분기 1.3%에서 3분기 0.8%로 감소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확대됐던 소비가 경기둔화, 고물가 등 '복병'을 만나,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이자비용 역시 영향을 미쳤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특성상 자금조달은 카드채 등에 의존한다. 통상 기존 카드채 만기가 도래하면, 같은 금액만큼 재발행해 차환한다. 이때 드는 비용이 올해 금리인상기를 맞아 급등한 것이다.

실제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작년 말 2.372%에서 9월말 5.502%로 두배 이상 폭등했다. 이는 '돈맥경화' 사태와 맞물려 하반기 카드사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카드사 덮친 자금경색···내년 전망도 '깜깜'

지난 10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는 비용 압박에 시달리던 카드사에 비수를 꽂았다.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심화되며 지난 10월 21일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6.082%를 기록, 작년 말 대비 3.71%포인트나 증가했다.

여전채 금리가 6%를 돌파한 것은 2010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그 결과 4분기 카드사 신규발행채권 금리와 만기도래채권 금리 차이가 4%포인트에 진입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자비용·평균조달비용률 추정(왼쪽) 및 영업이익·이자비용 증분 비교 (자료=한국기업평가)
이자비용·평균조달비용률 추정(왼쪽) 및 영업이익·이자비용 증분 비교 (자료=한국기업평가)

문제는 카드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공격적으로 자산을 확대하며, 차환물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7개 신용카드사의 차입부채 잔액은 약 97조원에 달한다.

이 중 내년 말까지 37%, 2024년 말까지 63%가 만기 도래한다. 그 결과 올해 말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약 7000억원 증가할 것이며, 내년 이자비용은 올해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카드사의 내년 영업수익이 올해와 유사하다고 가정하면, 이자비용 증가분만으로도 영업이익 규모가 2019년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각 사의 비용관리, 조달여건 등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지겠지만, 상당수준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베일 벗은 '오픈페이'···기로에 선 카드사

'오픈페이'로 알려진 카드사 간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가 지난 22일 정식 출시됐다. 현재 서비스를 시행한 카드사는 신한·KB국민·하나카드 3개사며, 내년 롯데·우리·비씨·NH농협카드 4개사가 합류할 예정이다.

오픈페이는 개별 카드사의 결제플랫폼을 통해 타사의 카드 등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카드지갑'이다. 은행권 '오픈뱅킹'과 유사한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 데는 빅테크의 지급결제 시장 진출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21조원으로, 그 비중이 국내 민간결제 부문의 20%를 넘어섰다. 이용규모도 2016년 이후 연평균 57%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간편결제 시장 내에서 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점유율은 27.6%로 빅테크 업체(49.7%)의 절반에 불과하다. 최근 빅테크는 카드사의 영역이었던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내년 초 '애플페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이에 위기감이 고조된 카드사들이 힘을 모으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 서비스 공급자가 3개사라는 점, 현재 사용처가 오프라인으로 한정됐다는 점, 이용 실적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각사의 앱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오픈페이는 '반쪽짜리 서비스'란 오명을 피하긴 어렵다.

다만 내년 4개 카드사가 추가되며, 하반기 오프라인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오픈뱅킹 역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픈페이 역시 발전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오픈페이는 카드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달비용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내년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선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변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에서 새로운 라이선스가 카드사를 배제하고 전자금융업자에게만 부여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은 해소되기 어렵다"며 "결제수단으로서 카드는 신뢰성과 안정성, 범용성이 우수하다. 카드사들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