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40% "올해 환율 상승분, 국내 가격에 반영"
기업 40% "올해 환율 상승분, 국내 가격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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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환율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발표
환율, 전년比 12.9% 상승···건설업 미반영비중 81.3%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기업 10곳 중 4곳이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슈 모니터링 : 환율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2.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은 지난해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9월 28일에는 장중 1440원을 돌파, 외환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중 국내공급 가격(원화표시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39.8%로 집계됐다. 반면 인상하지 않은 업체는 60.2%로 드러났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모두 환율상승을 국내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업체가 더 많았는데, 이 중 건설업의 환율변동 미반영 비중은 81.3%에 달했다.

또한 환율상승에 따른 국내공급가격 인상 시 환율변동분 반영비율은 '20% 이하' 업체가 61.5%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반영 비율 자체도 높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설문 응답업체들은 △경쟁사의 가격 유지(20.3%) △내부정책상 가격인상 억제(16.2%) △낮은 시장지배력(15.5%) 등 시장경쟁 요인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달러화 절상을 반영해 해외공급가격을 인하한 업체는 11.3%으며, 해외공급가격을 인하한 업체 중 환율변동 반영비율이 40% 이하인 업체가 60%를 차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국내공급가격 인상에 따른 국내물가 전가효과가 해외공급가격 인하를 통한 수출 가격경쟁력 제고효과를 상회하는 것을 뜻한다. 환율상승이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환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수출업체의 비중이 40%에 불과한 데다, 순수출액 대비 헤지비율도 20% 이하인 경우가 많아 환율하락 시 환차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환헤지를 하지 않는 업체의 경우 결제시점 조정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환위험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1400원대의 높은 환율이 지속될 경우 응답업체의 58.7%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 또는 사업 연속성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62.3%, 건설업의 54.5%, 서비스업의 51.6%가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환율상승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가 큰 제조업에서도 고환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는 점은, 이번 원화절하기에는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이들은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제조업은 1200원대(39.9%), 건설업·서비스업은 1100원대(32.3%)를 제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환율상승은 국내공급가격 인상, 해외공급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올해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대적으로 국내물가 인상폭이 해외가격 인하폭을 상회했다. 이는 환율상승시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상승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가 큰 제조업에서도 고환율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를 미뤄볼 때 이번 원화절하기에는 환율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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