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도 당첨 둔촌주공···'부자들의 줍줍' 무순위 청약 가나
20점도 당첨 둔촌주공···'부자들의 줍줍' 무순위 청약 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자·집값 하락·고분양가에 당첨자들 고민
계약률에 '촉각'···"계약률 70% 넘어야 선방"
둔촌주공 공사 현장 (사진=오세정 기자)
둔촌주공 공사 현장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재건축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이하 둔촌주공)의 정당계약이 내달 진행되는 가운데 계약률에 주목된다.

경쟁력이 없는 통장으로도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이 나오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쏟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이 이른바 현금 부자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내년 분양 시장은 물론, 자금 시장 한파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5~8일 사이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5.45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인 둔촌주공의 정당계약이 내년 1월 3~17일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 내용을 보면 평균 당첨 가점 기준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평균 가점 최대치인 69점을 넘는 유형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높은 평균 당첨 가점이 나온 타입은 전용 84㎡A로 67.2점이었고 가장 낮은 경우는 49㎡A로 20점이었다. 49㎡A를 포함해 8개 평형 당첨선은 50점을 밑돌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선 59.9와 비교하면 적은 가점에도 청약 당첨이 가능했다. 

특히 통상 청약 가점 20점 이하는 경쟁력 없는 통장으로 여겨지는데 낮은 가점의 당첨자들이 향후 계약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당첨이 되고도 계약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 30대 직장인 A씨는 "'설마 될까'하고 전용 49㎡A에 넣었는데 당첨돼서 오히려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거주하기엔 평수도 너무 작고 비싼 가격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10년간 청약이 제한돼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첨자 발표 당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도 "막판에 평수를 낮춰서 얼떨결에 넣었는데 당첨됐다. 아이 학군 때문에 고민이 깊다", "안 하면 후회할 거 같아 도전했는데 당첨 문자를 받았다. 너무 비싼 가격에 망설이게 된다" 등 글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높은 금리와 인근 아파트 가격 하락, 고분양가를 우려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높이는 추세에 한국 역시 기준금리가 잇달아 인상되면서 주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 주요 보험사의 경우 8%대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전체 분양물량의 43%(2051가구)를 차지하는 전용 39㎡형과 49㎡형은 상대적으로 인근 시세대비 분양가가 높은 편이다. 두 주택형의 분양가는 7억1000만원~8억8000만원 수준인데 최근 집값 급락에 따라 인근 단지 전용 59㎡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복도식 배열 구조, 2년 실거주 의무와 8년 전매제한 핸디캡 등도 우려를 키운다.

업계에서도 둔촌주공의 계약률에 주목한다. 둔촌주공은 서울 주요 입지 대단지로 내년 분양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서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내달 진행되는 당첨자 계약 때 미계약자가 많으면 부자들의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둔촌주공이 주목도에 비해 경쟁률이 높지 않았는데 이후 예비순위나 무순위 청약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분양 시장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의 집값 하락기가 마냥 이어지진 않을 것이고 미래 시세차익을 기대하면서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무순위 청약에 대거 몰릴 가능성도 있다. 우려만큼 미분양이 속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둔촌주공의 경우 앞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끼고 있는 만큼 계약률 70%를 웃돌아야 선방하는 결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단지의 일반분양 규모(4786가구)와 평균 분양가(3829만원)등을 고려했을 때 72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려면 70% 이상의 계약률이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그것도 둔촌주공이 한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그간 여러 잡음이 너무 많았고 분양가도 당초보다 크게 올라 결과적으론 예견된 수순이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PF 대출 문제도 얽혀 있는 둔촌주공에서 미분양이 속출한다면 분양 시장은 물론, 현재 경색된 자금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