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빅3 CEO 인사 '3사3색'···KB '안정'·신한 '변화'·하나 '통합'
금융지주 빅3 CEO 인사 '3사3색'···KB '안정'·신한 '변화'·하나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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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금융 등 계열사 사장 인사 마무리
KB, 계열사 8곳 중 7곳 유임···신한은 세대교체
하나, 함영주호 첫 인사 '제색깔보다 추스르기'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각 사의 '용인술'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사의 내년도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인데,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과 맞물려 세대교체를 통해 이를 돌파하려거나 향후 후계구도를 감안해 안정을 모색하는 등 각 사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4대 금융지주 중 KB·신한·하나금융지주가 은행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마무리했다.

가장 먼저 계열사 인사를 단행한 KB금융의 경우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CEO 중 7명을 유임시켰다. 지난해 부회장직 신설 및 50대 중반의 '젊은 행장' 기용으로 대규모 변화를 준 KB금융의 올해 인사 방향은 '안정'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유임이 결정된 CEO는 박정림(59)·김성현(59) KB증권 각자대표와 김기환(59) KB손해보험 대표, 이현승(56)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58) KB캐피탈 대표, 서남종(59) KB부동산신탁 대표, 김종필(52)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조순옥(57) KB신용정보 대표 등이다. 총 8명의 7개 계열사 대표들이다. 재추천된 대표들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로 1년이다. 유일하게 수장 교체를 결정한 곳은 KB데이타시스템으로, 김명원(55) KB국민카드 IT서비스그룹장(전무)이 내정됐다.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게 KB금융 측 설명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내년 11월말 윤종규(67) 회장의 임기 만료 시기와 맞춰 계열사 대표들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임 대표들의 첫 임기가 2년인 만큼 올해 변화를 주게 되면 내년 회장이 교체됐을 때 신임 회장이 본인의 색깔을 내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경영진 진용을 갖추는 데 있어 운신의 폭도 좁아지게 된다.

KB금융이 계열사 대표들의 1년 연임을 결정하면서 승계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인물로는 1961년생 동갑내기인 양종희(61) KB금융 부회장(전 KB손해보험 대표)과 허인(61) 부회장(전 KB국민은행장), 이동철(61) 부회장(전 KB국민카드 대표) 등 3인이다.

그러나 윤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계열사 대표들이 대부분 내년까지 임기를 지키게 되면서 '부회장→회장' 구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열사 대표들 가운데서는 박정림(60) 각자대표가 윤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KB가 경영진에 변화를 줬다면 내년에 새로운 회장과 기존 회장의 사람들이 주요 계열사를 맡는, 이상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며 "윤종규 회장 체제를 거치면서 안정화된 지배구조에 흔들릴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반면, KB금융의 '맞수' 신한금융은 올해 계열사 경영진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며 새출발을 알렸다. 6년간의 조용병(65) 체제에서 진옥동(61)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신한금융은 은행, 카드, 보험 등 핵심 계열사의 대표를 모두 50대 중반의 새 얼굴로 바꿨다.

신한은행장에는 '영업통'이자 '원신한' 전략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한용구(56) 영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 신한카드 사장에는 문동권(54) 신한카드 부사장이, 신한라이프 사장에는 이영종(56) 지주 퇴직연금부문장 및 은행 퇴직연금그룹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이영창(61)·김상태(57)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상태 사장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변화를 줬다. 또 신한자산신탁 신임 대표로 이승수(55) 신한자산신탁 부사장을 발탁했다.

리딩뱅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전 계열사가 하나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의 원신한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 경영진에 큰 폭의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조용병→진옥동'으로 이어지는 세대교체 흐름을 계열사 인사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함영주(66) 회장 취임 이후 첫 임원 인사를 통해 함 회장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증권, 카드를 비롯해 생명, 대체투자자산운용, 벤처스, 핀크 등 7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올해는 함 회장 체제 안착에 주안점을 뒀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함영주 색깔내기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경영 환경 악화 등 매크로 리스크 앞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계열사 인사를 통해 하나은행장에는 이승열(59)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발탁했다. 이 내정자는 외환은행 출신이란 점에서 '통합'의 상징성을 갖는다. 앞서 함 회장이 은행장 시절 '하나-외환은행의 조직적 통합'을 이뤄냈던 만큼 이 내정자를 통해 '통합'의 완성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하나증권 대표에는 강성묵(58)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 하나카드 대표에는 이호성(58) 하나은행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또 하나생명 대표로는 임영호(58)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로는 이후승(56) 하나금융 부사장이 선임됐다. 하나벤처스 사장에는 안선종(54) 부행장을, 핀크 사장에는 조현준 (58) 하나은행 셀장이 추천됐다. 이 밖에 강동훈(61) 하나에프앤아이 사장과 박근영(59) 하나금융티아이 사장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두고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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