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내년 물가는 상고하저···물가 중심 통화정책 이어갈 것"
[전문] "내년 물가는 상고하저···물가 중심 통화정책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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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2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같이 말했다.

올해(1~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으며, 연간으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중 흐름을 보면 연초 3%대 중반에서 7월 중 6.3%까지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후 점차 둔화되며 지난달에는 5%로 낮아졌다.

이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와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던 농산물가격이 상당폭 하락한 데 주로 기인한다"면서 "그러나 근원물가의 오름세는 연초 2%대 중반에서 지난달 4%대 초중반 수준으로 확대되며, 최근까지 지속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소비자물가가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되는 일종의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둔화 속도와 관련, 국내외 성장 및 유가 흐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며 "최근 미 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전문]

한국은행은 물가상황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 2회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 내용을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올 한해를 되돌아 보면,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 수준을 큰 폭 상회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우리 국민들께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대응이 없었다면 향후 국민경제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다소 진정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올해 소비자물가는 1~11월중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으며 연간으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중 흐름을 보면 연초 3%대 중반에서 7월중 6.3%까지 가파르게 높아졌다가 이후 점차 둔화되어 지난달에는 5.0%로 낮아졌습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였던 국제유가와 지난 여름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던 농산물가격이 상당폭 하락한 데 주로 기인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석유류가격이 6월중 전년 동월 대비 40% 가까이 상승하였다가 지난달 5.6% 상승에 그쳤으며, 농산물가격은 지난 여름 10% 넘게 올랐다가 지난달에는 1년 전에 비해 2%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오름세는 연초 2%대 중반에서 지난달 4%대 초중반 수준으로 확대되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한층 높아진 데다 임금상승,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여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외식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는데, 지난 9월중 상승률은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9.0%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연초 2%대 중반에서 7월 중에는 4%대 중후반 수준까지 꾸준히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다소 낮아진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목표인 2% 부근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물가 흐름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돼 내년에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둔화 속도와 관련해서는 향후 국내외 성장 및 유가 흐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불확실성 요인들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여러 상방 리스크들이 상존해 있어 둔화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 시장에는 OPEC+ 감산, 대러 제재 강화 등 적지 않은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해 있습니다.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가격과 임금 결정에 영향을 주어 고물가의 지속성을 높일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내년중 전기요금 인상폭은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상당폭 반영되면서 11월 전망 당시의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반면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선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70달러대로 낮아지면서 지난달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밑돌고 있습니다.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따라 수요측 하방압력도 더욱 확대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는 성공 여부에 따라 물가 흐름에 상방과 하방압력으로 모두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방역조치 완화가 성공적일 경우 중국경제의 회복이 빨라지면서 국제원자재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감염병 상황을 악화시켜 오히려 중국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에너지가격 하락세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경기나 노동시장 상황 변화가 물가에 파급되는 양상도 과거와 달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시기에 비해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국면에서는 대내외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관측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인플레이션 예측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분석하겠습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다음달 금통위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최근 미 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최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정부와의 협의를 마쳤습니다.

협의 결과, 앞으로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와 차별화하는 한편 물가상황을 국민에게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도록 진행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들을 충분히 검토한 후 내년 상반기 중에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끝으로, 연말 바쁜 일정에도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도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에는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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