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사④] 손태승 거취 불투명···조준희·김양진 등 내·외부인사 하마평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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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이사회 "손태승 회장, 다음 달 거취 논의"
DLF 소송 승소에도 라임 '문책경고' 중징계 걸림돌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63)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격랑에 휩싸인 모양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확정에도 또 다른 법적 리스크인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가 남아있는 데다 수장 인선을 두고 관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다.

연임을 위해선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손 회장도, 그의 연임을 결정할 의결기구인 이사회도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무엇보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금융에 거센 외풍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 속에서 금융권 안팎에서 벌써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다수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거취 문제를 내달 논의하기로 했다. 고려할 요소들이 많을 뿐더러 손 회장 스스로 입장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내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박상용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는 지난 16일 오후 정기 이사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손태승 회장 거취 문제 관련해선) 내년이 돼야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손 회장이 자신의 거취나 연임 의사에 대해 이사회에 아직 밝힌 것이 없으며, 아직은 조금 더 생각할 게 있어서 (연임 여부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권에선 손 회장이 지난 15일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만큼, 이날 손 회장의 거취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손 회장도, 이사회도 장고를 거듭하면서 수장의 거취 표명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우리금융 정관상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손 회장의 거취는 늦어도 2월 초까지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이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DLF 사태 중징계라는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중징계 '문책경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DLF 징계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9일 라임펀드 중징계가 추가된 상태였다.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손 회장의 연임을 위해선 라임펀드 사태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징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DLF 사례처럼 라임펀드 중징계 건 역시 소송으로 대응할 명분이 생겼다는 기류가 생긴 데다 행정소송 제기 기한도 내년 2월 초까지라 물리적 시간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정부와 정면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이 부담 요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손 회장의 라임 사태 관련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더구나 DLF 사태에선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징계의 근거였다면, 라임펀드 중징계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것으로 결이 다르다. DLF 때와 달리 라임펀드 문책경고 제재안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협업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여러 면에서 손 회장이 법적대응에 부담을 더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만약 그가 행정소송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연임에는 변수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인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더라도 수장이 교체돼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송 여부와 상관없이 수장 교체를 원하는 당국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

실제 최근 금융권에서는 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3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이 됐던 조용병(65) 신한금융 회장은 라임사태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으며, NH농협금융도 손병환(60) 현 회장 대신 관료 출신인 이석준(63) 전 국무조정실장을 회장으로 택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봐도 업계는 우리금융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본다. 실제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완전 민영화를 이뤘음에도 예금보험공사(1.29%), 국민연금(7.86%) 등 준정부기관의 지분이 남아있다. 과점주주들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2016년 11월 예보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리를 차지한 곳들이 많다.

손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긴밀히 소통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 이사회 사외이사들 역시 각각의 과점주주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현재 7인 체제로, 박상용(키움증권 추천),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추천), 장동우(IMM PE 추천), 신요환(유진 PE 추천), 윤인섭(푸본생명 추천), 노성태(한화생명 추천), 송수영 이사 등으로 구성됐다.

향후 손 회장의 거취에 있어서 이사회가 그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릴지가 관건이다. DLF 징계 당시엔 손 회장을 지지하며 연임을 추진한 반면, 최근에는 내부에서 손 회장 연임 회의론도 함께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다수의 과점주주들이 완전민영화를 이룬 손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지지 역시 존재한다.

조준희 전 YTN 사장(왼쪽부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우리은행 국내부문 부문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조준희 전 YTN 사장(왼쪽부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우리은행 국내부문 부문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업계 안팎에선 다양한 인물들로 하마평이 돌고 있다. 외부에선 △조준희(68) 전 YTN 사장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이, 내부에선 △박화재(61)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59)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64) 우리은행 국내부문 부문장 △김양진(66)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황록(66)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등이 거론된다.

먼저 경북 상주 출신인 조 전 사장은 기업은행장을 거쳐 YTN 사장을 지낸 인사로, 윤석열 캠프에서 직능본부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임 전 위원장은 전남 보성 출신이며,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NH농협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뒤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외풍 논란이 커지면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인사들도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광주 출신인 박 사장은 '상고 출신'으로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수석부부장부터 업무지원그룹장,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쳤다.

울산 출신 권 전 행장은 우리은행 워싱턴 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우리PE 대표,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거쳐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장을 맡았다.

남 부문장의 경우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우리은행 국내그룹 그룹장 등을 거쳤다. 김 전 부행장은 우리은행 런던지점장, 우리은행 업무지원본부 본부장, 시너지추진본부 본부장, 수석부행장, 우리금융 시너지추진본부 전무,  NH투자증권 고문, BC카드 상임감사, 한화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각각 역임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황 전 이사장은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단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우리금융 부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우리파이낸셜 대표를 역임하고,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지냈다. 경북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들 가운데 조 전 기업은행장은 이명박 정부 때 금융권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상촌회(상주 촌놈들의 모임·尙村會)' 멤버로 알려졌다. 상촌회는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친목단체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이 주요 멤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의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보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타 금융지주보다 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의 우리금융 수장이 현 정권과 연관된 인물로 교체될 경우엔 안팎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며 "후속 인선 폭 역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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