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 백악기로 가는 여정, '위도 지오트레일'을 밟다
'공룡시대' 백악기로 가는 여정, '위도 지오트레일'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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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변산 격포항여객터미널서 40분 소요
거대 고슴도치 인형이 맞이하는 전북 섬
푸른 바다 옆 '지구 힘' 습곡에 감탄 절로
위도(전북 부안)의 대월횡와습곡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변산반도 채석강이 있는 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섬 위도(전북 부안)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것은 쥬라기 공원에서나 나올법한 백악기 습곡을 보기 위해서다. 9000만년 전의 자연환경을 바로 옆에서 보고 만질 수 있다니 흥미를 자아냈다.

도착한 항구에는 위도의 트레이드 마크 고슴도치 거대 조형물이 맞이했다. 무섭지 않고 깜찍했다. 너무 커 귀여워도 깨물어줄 수는 없다.

위도는 고슴도치 섬을 의미한다. 위도항여객터미널이 있는 이곳 파장금은 한때 조기 파시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아래로는 흑산도, 위로는 연평도, 그리고 중간 위도 세곳이 우리나라 3대 조기 파시에 해당했다. 특히 조기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위도에 머무를 즈음이 가장 물이 올라 맛있는 시기다. 알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적당한 크기다.

위도항여객선터미널에 내려 만나는 고슴도치 인형 (사진=김무종 기자)

위도 앞바다에서 잡은 조기는 법성포에서 염장하는데, 그 유명한 영광굴비가 바로 위도에서 잡은 조기가 되겠다. 위도는 지금은 부안에 속하지만 전에는 행정구역이 영광에 속했다.

3대 파시의 위용으로 거래가 활성화되고 돈이 모이자 자연스레 사람들도 출렁인다. 지금이야 1000여명 인구로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파장금 골목엔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인천관이라 쓴 유곽은 흥청망정 했을 당시 골목 안을 상상케 한다. 지금은 방치된 문화재 마냥 오래된 난간이 위태롭다.

조기파시로 위세를 떨치던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듯 위도 파장금 골목안에 유곽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내일 본격적인 백악기 탐험(?)에 앞서 휴식을 위해 숙소 친환경펜션으로 향했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여정엔 텀블러도 챙겼다. 관광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고 들었다. 

아침은 전일 싱싱한 회(우럭+노래미)에 특히 간장게장이 맛있었던 섬마을횟집에서 끼니를 챙겼다. 누룽지도 나오니 속이 따듯하고 편해진다. 금강산도 식후경. 배를 불렸으니 본격적인 위도의 지오트레일을 밟는다.

아침이 밝았고 운좋게 겨울 날씨는 포근했다. 가을이라 착각해도 될 날씨. 이 정도면 공룡이 노닐던 백악기 여정으로 돌아가기에 딱이다.

가야할 이정표는 대월횡와습곡이다. 위도해수욕장에서 왕복 한시간이 채 안걸린다. 가벼운 운동겸 트레킹 코스로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위도 대월횡와습곡을 가기 위한 첫 관문은 갯벌이다. (사진=김무종 기자)
물빠진 갯벌을 걷는 느낌이 새롭다. (사진=김무종 기자)

위도해수욕장에 차를 세우고 진입로로 들어서면 바로 왼쪽 길로 여정이 시작된다. 이곳의 둘레길 이름도 있다. 지오트레일이다. 시작부터 감성을 깨운다. 첫 디딤은 갯벌부터 시작된다. 갯벌의 촉감이 발에서 단전으로 그리고 머리끝까지 쭈볏 오른다. 물찬 뻘의 질퍽함이 아닌 걷기 좋은 느낌이다. 잔디와는 다른, 갯벌 흙이 기분좋게 나를 올려세우는 것같다. 예상을 깬 반전이었다. 넓게 펼쳐진 갯벌이 침침한 눈을 시원케 한다. 마음의 묵은 때도 날려버린다.

갯벌 다음엔 숲을 오른다. 숲에 오르니 바다를 옆에 낀 산기슭 길이다. 인디아나존스가 다니는 험한 밀림은 아니지만 딱 우리 정서에 맞는 그 숲 정도다. 동백나무들이 무성해 봄 여름이면 더 좋겠구나 생각이 든다.

위도 대월습곡으로 향하는 숲길. 난이도가 높지않아 누구나 갈 수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사스레피나무도 보이니 이곳이 바닷가 산기슭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꽃말에 어울리지 않게 때론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그 나무다. 추운 계절에 생식을 해야 해 파리 같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함이니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놀랍다.

바닷가 옆길을 도는 둘레길이라 간간이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에 감탄이 나온다. 길 안내자가 없었으면 마주한 갈래길에서 한참 서성였을 것이다. 한쪽은 나무길, 또다른 길은 갯것길이라 한다.

위도 대월습곡으로 걷다 보면 절경들을 만나게 된다. 
위도 대월습곡으로 가는 도중 나무 사이로 보이는 풍경 (사진=김무종 기자)

습곡을 보기 위해 나무길로 계속 나아갔다.

드뎌 습곡을 맞이했다. 습곡은 퇴적층이 횡력의 지구 힘에 저항하다 휜 자연 모습이다. 보통 시루떡 같은 수평 줄무늬 단층들은 종종 보았는데 이리 거대하게 휜 습곡은 처음 본다.

위도 대월횡와습곡 건너에서도 단층들을 볼 수 있다. 시원한 바다 전경이 일품이다. (사진=김무종 기자)

공룡들이 활개를 칠 백악기 정도에나 있었을 이 습곡을 보며 경외감이 들 정도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보고 나도 모르게 습곡 가까이 다가선다.

습곡은 주변 바다 경관과도 잘 어우려져 여기가 용왕이 잠시 나와 휴식을 취하는 숨겨진 명소 아닌가 하는 상상마저 든다.

동행한 최만 해설사는 “위도의 대월습곡은 35미터 정도의 높이로 형성돼 다른 곳과 달리 바로 근처까지 사람이 접근해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런 접근가능은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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