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법리스크' 덜어낸 손태승 회장···연임은 안갯속 (종합)
'DLF 사법리스크' 덜어낸 손태승 회장···연임은 안갯속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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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금감원 법리 잘못 적용"···라임펀드 징계는 '걸림돌'
금융지주 회장 물갈이·당국 압박 등 대내외 여건 '비우호적'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법적 공방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이다.

DLF 사태에 대한 중징계에서 벗어나며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이지만,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중징계가 남아있는 데다 최근 연임이 유력했던 신한·NH농협금융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예상을 깨고 낙마하면서 연임 도전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대법원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손 회장이 DLF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문책경고 등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손 회장 측 승소를 확정했다.

DLF는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DLF에서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DLF의 불완전 판매로 이어졌다고 판단해 손 회장을 문책경고 처분했고,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날 대법원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1·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가 아닌 '준수의무' 위반을 들어 제재할 수 없는데, 법리를 오해한 피고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대법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과 '준수' 의무 위반이 구별돼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징계인 문책경고가 결국 취소되면서 연임 과정에서의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셈.

우리은행은 DLF 손실 사태 관련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자 "존중한다"며 "향후 금융시장 안정화와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손 회장 연임의 장애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하려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중징계라는 산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손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DLF 사태 징계와 마찬가지로 법원에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를 쉽사리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국이 손 회장의 소송 제기 가능성을 차단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회장의 징계 직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소송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라임펀드 사태 관련 징계 결정이 내려진 뒤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도 장고가 이어지는 까닭이다.

이번 승소에서 힘을 얻은 손 회장이 금융권 취업 제한을 막고자 소송을 건다고 해도 이사회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당국을 무시한 채 손 회장 체제를 고집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 업계에서도 금융당국이 소송과 회장 연임 문제를 별개로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구상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회장의 연임에 대한 당국의 생각은 명확하다는 것. 

더구나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이 줄줄이 무산된 점도 손 회장의 부담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조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사모펀드 관련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마뜩잖아 하는 분위기에서 손 회장이 또다시 소송을 통해 연임에 도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손 회장은 물론, 이사회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는 16일 사외이사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이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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