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닻 올린 이석준호···차기 농협은행장 인선은?
[초점] 닻 올린 이석준호···차기 농협은행장 인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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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 선택한 농협금융···경영능력 입증 등 과제 多
다음 주 임추위서 계열사 CEO 연임여부 결정할 듯
농협은행장 후임 인선 '관심사'···이석용·배부열 등 거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이석준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농협금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이석준(63)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되면서 농협금융은 2년 만에 관료 출신 회장으로 돌아갔다. 농협금융 회장직은 줄곧 경제 관료의 무대였다는 점에서 큰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 속에서도, 차기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만큼 금융권 인사에 외풍이 작용했다는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수장에 오르게 되는 이 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편중된 이익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제 업계의 시선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쏠린다.

농협금융은 지난 12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와 이사회, 주주총회를 통해 이 전 실장의 차기 회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 전 실장은 손병환 현 회장 임기가 이달 31일 마무리된 후 내년 1월부터 2024년 말까지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당초 업계에선 취임 후 2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손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다만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윤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관료 출신 회장을 강력히 원하면서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외풍과 함께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현 정부와 가까운 관료 출신의 인사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24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전 실장이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서 대선 캠프 초기에 활동한 만큼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박근혜 정부 때는 기재부 2차관과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도 일하며, 정책 밑그림을 짜는 중책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정부 출범 초기에는 KDB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현 정권과 가까운 힘 있는 회장에 대한 기대감과 외부 관료 출신의 경영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엇갈리는 만큼, 차기 회장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평가한다. 정부와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되, 실적 개선 등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 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얘기다.

농협금융그룹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농협금융그룹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출 확대로 인한 이자수익 증가에 더해 증시 활황으로 비이자수익도 함께 늘며 실적을 견인한 영향이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만 1조9717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상태다.  

농협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숙제로 여겨진다. 실제 농협금융 내에서 농협은행의 입지는 대체 불가 수준이다. 올해 3분기까지 그룹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가는데, 이는 50~60% 수준인 KB금융, 신한금융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내외 악재에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선방했다지만 농협금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도 끌어내야 한다.

농협금융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주요 계열사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협금융은 다음 주 임추위에서 올해 말 임기를 앞둔 권준학(59) 농협은행장, 김인태(60) NH농협생명 대표, 강성빈(52) NH벤처 대표의 연임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금융지주 핵심인 농협은행장의 경우 전례에 따라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취임한 이대훈 전 은행장은 1년의 짧은 임기 후 1년씩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행장이 1∼2년의 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그동안 권 행장이 호실적을 낸 것과 상관없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기 행장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인물은 이석용(57)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배부열(58) 농협금융 부사장, 임동순(58)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등이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 본부장은 농협은행 파주시지부장, 농협중앙회 조합구조개선지원부 국장, 농협은행 수탁업무센터장, 서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배 부사장은 1995년 농협에 입사한 후 지난 2020년 말 부행장을 거치지 않고 지주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재무기획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사실상 그룹의 2인자 역할을 하면서 차기 은행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농협은행의 2인자로 꼽히는 임 수석부행장의 경우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 농협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은행 1월 부행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다만, 한편에선 농협금융 회장 교체에 따른 경영 안정 차원에서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선임된 김 대표도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동안 농협생명 CEO들이 연임 없이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데다 내부 직원들에게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내부에서는 권 행장과 김 대표 모두 경기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에서 지역 안배가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농협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농협중앙회가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현 정부와 접점이 있는 관료 출신을 선호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사 CEO의 경우 연임보다는 교체 가능성이 크지만, 농협은행장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후 교체와 연임의 의견이 반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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