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보고서] 한은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에 외화조달 악화"
[통화신용보고서] 한은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에 외화조달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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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 여파에 글로벌 달러 유동성 위축
PF-ABCP 이슈 겹쳐 외화자금조달 여건 악화
미 달러화 (사진=픽사베이)
미 달러화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미 달러화 유동성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며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는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 리스크와 맞물려 국내 자금조달시장에 '외화 가뭄'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통화 긴축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미 달러화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며, 이 같이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의 시중통화량(M2)과 연준 보유자산(B/S) 규모가 21조5000억달러, 8조8000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1000억달러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외 지역에서 정부, 기업, 비은행금융회사 등 비은행차주가 조달한 미 달러화 자금 규모도 축소됐으며, 미 달러화 유동성 상황을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 스왑베이시스 등 가격지표에도 유동성 양적 축소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그 결과 미 국채시장에도 유동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연준의 양적 긴축(QT) 실시로 기조적 국채 매수세가 줄어들었다"며 "또한 지속적 정책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주요 투자주체의 국채 매도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요기반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달러화 수요 급증 등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의 보유 국채를 활용한 달러 자금 중개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는 역외 부문의 달러자금 조달 시장 전반을 위축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공급도 축소됐다. 올해 2분기 들어 글로벌 은행의 국가 간 미 달러화 신용공급도 유럽은행을 중심으로 감소 전환하고 있다.

미 달러화 신용공급이 축소되며 달러화 표시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진 상황에서, 달러 조달비용이 상승할 경우 유럽은행의 달러화 유동성 리스크(funding risk) 증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유럽 은행이 자금조달·운용 상의 통화 불일치에 직면했다"며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 스왑자금 조달비용 상승 등과 같은 외환부문 충격에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는 신흥국에 대한 자금 유입을 감소시키거나, 자금 유출을 증대시키는 촉매으로도 작용한다. 그간 글로벌 투자펀드 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된 만큼, 향후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에 따라 동 자금 유출이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은 국내에도 그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미 달러 유동성의 국내 유입경로는 크게 4가지다.

은행 부문에서는 △국내은행의 대외차입 △외은지점의 대외차입 △국내채권 투자와 연계된 해외은행의 스왑자금 공급 등이 꼽힌다. 비은행부문에서는 비은행금융기관을 포함한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으로 유입될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은행 및 비은행 부문을 통한 국내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미 달러 유동성 축소의 영향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대외차입이 대체로 증가했으며, 높은 대외신인도를 배경으로 양호한 대외차입여건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은행 부문에서도공기업을 중심으로 증권 순발행 기조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강원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관련 이슈 등의 영향으로 일부 기업의 외화채권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발행여건이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미 연준의 양적 긴축 지속과 함께 글로벌 미 달러화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외화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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