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만회하려다 되레 빚만···'주식 리딩방'에 우는 투자자들
손실 만회하려다 되레 빚만···'주식 리딩방'에 우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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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비 챙긴 뒤 잠적·선행매매 피해···시세조종 행위 등 범죄 연루되기도
당국 대응 강화에도 근절 한계···"종목 추천 과정 합리적인지 각별 주의"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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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 지난해 주식 투자에 입문한 이 모 씨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고수익 종목을 무료로 알려준다'는 단체 대화방 링크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대화방에서 운영자가 이따금 추천해준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서, 이 씨는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후 이 씨는 별안간 운영자로부터 유료로 종목을 추천해주는 'VIP방' 가입을 권유받았다. 이에 가입비를 입금했지만 운영자는 자취를 감췄다. 이 씨는 피해 보상 방법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올해 들어 뚜렷한 하락장에 주식 투자 열기가 줄었지만, 주식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가 불특정다수에게 매매를 부추기는 '주식 리딩방'은 성행하고 있다. 특히 높은 수익 보장을 미끼로 주식 초보자를 현혹하는 불법·불건전 행위가 활개를 치면서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 적발은 쉽지 않을뿐더러 피해 구제도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식 리딩방은 주로 유사투자자문업체나 개인이 운영한다. 금융위원회의 정식 허가를 받는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이기에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영업만 할 수 있다. 일대일 자문이 가능한 투자자문업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유사투자자문업자가 특정인에게 접근해 종목을 추천한다면 불법이다. 

불법 리딩방 운영자들은 전문가임을 자칭하며 특정 종목을 추천하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가입비를 받은 뒤 잠적하거나, 선행매매,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하면서 숱한 피해 사례도 등장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는 2018년 905건에서 2020년 1744건, 지난해 3442건으로, 3년 새 4배가량 급증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전송되는 리딩방 안내 문자(사진=남궁영진 기자)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전송되는 리딩방 안내 문자(사진=남궁영진 기자)

금감원이 적발한 리딩당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를 사례를 보면, 운영자는 외부세력과 공모하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리딩방 회원들에게 해당 종목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매수를 유도했고, 회원들의 대규모 투자손실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9월, 선행매매를 100여 차례 반복하면서 2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리딩방 운영자를 적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의 범죄 행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딩방 운영자는 주가상승을 목적으로 다량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하면서, 리딩방 회원에게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다. 이는 인위적인 주가변동을 목적으로 한 시세조종성 주문 제출 동참 시 자본시장법 제176조에 의해 주가조작 혐의가 될 수 있다.

또, 리딩방 운영자가 사전에 입수한 미공개정보를 제시하며 리딩방 회원에게 주식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경우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 또한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78조의2에 의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또는 시장질서교란행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금감원 측은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리딩방 내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적발하고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 가능한 리딩방은 점검·단속이 비교적 쉽지만, 음지에서 은밀하게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경우 제한적인 인력 등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불법 리딩방에 대한 지속 점검을 통해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는 한편,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막연한 기대감에 하는 비이성적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세장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려던 차에 리딩방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면서 "리딩방 이용자들은 불공정거래 세력의 손쉬운 사기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전문성과 건전성, 거래안정성 등이 검증되지 않았음을 명심하고, 종목 추천 과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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