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이어 대출 금리까지 '제동'···은행권, 관치금융에 한숨
예·적금 이어 대출 금리까지 '제동'···은행권, 관치금융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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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차주 지원·가산금리 인상폭 제한 검토 
금리 점검, 고신용 대출 쏠림 '부작용' 우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대출금리 상승 제한 압박 등 금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관치가 거세지면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취약차주 지원을 늘리거나 대출 가산금리 상승폭 제한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억누르는 데 따른 시장 왜곡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이 커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2.0%p(포인트)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이자유예 프로그램을 이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원금분할상환 주담대 잔액이 1억원 이상이면서 해당 대출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12월 말 대비 0.5%p 이상 오른 대출자다.

이자유예를 신청한 시점의 대출 기준금리와 지난해 12월 말 기준금리 차이만큼 최대 2.0%p까지 12개월간 대출 이자가 유예되며 해당 기간 동안 유예이자를 제외한 원금과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 유예된 이자는 지원기간 종료 후 36개월간 분할 납부하면 된다. 이번 이자유예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받게 될 차주는 약 6만명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14일부터 저신용·다중채무자의 연 6%를 초과하는 이자로 대출원금을 갚아주는 '성실상환 차주 이자감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평점 629점 이하 저신용자 또는 3곳 이상의 금융회사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DTI 80% 이상·KCB 697점 이하)가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총 10개의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고위험 다중채무자와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계층에 6%를 초과하는 이자로 대출원금을 자동 상환해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신용대출·주담대 원금상환 유예, 개인사업자대출 119프로그램, 청년사업가 재기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 다른 은행들도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은행권 사회적 책임 이행방안'을 통해 서민·청년 등 취약차주 대상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추가 지원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금리 마진전략에 직접 개입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포함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주 단위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금융권의 예금금리 인상을 틀어막은 데 이어 대출금리 상승 추이까지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금리 상승폭이 합리적인지 들여다보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은행권은 사실상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폭을 마냥 자제할 수 없는 만큼 취약차주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에 추가 지원 여력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게 금융당국이 예전부터 얘기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으나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고자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 하향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낮추려면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 외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게 다수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저마다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관치가 과도해지고 있다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금리 변동성은 글로벌 긴축 기조와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시장 '돈맥경화'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결과임에도 은행권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왜곡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컨대, 은행들이 평균 대출금리를 낮추고자 금리가 높은 저신용 차주들에 대출을 줄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과거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의 예금·대출금리 상승폭과 현재의 상승폭을 비교해서 살펴본다면 평균금리를 볼 수밖에 없을텐데, 이 경우 은행들이 평균금리를 낮추기 위해 금리가 낮은 고신용자들이나 담보물건이 있는 곳에만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취약차주 지원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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